소말리아서 伊 수녀 피살..교황 발언 보복 공격인 듯
伊 테러 대비 경계강화..자국민 신변안전 유의 권고
로마 가톨릭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17일 자신의 `지하드 발언’이 이슬람권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deeply sorry)고 말했다.
또 자신의 발언은 개인적인 의견을 반영한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여름 거처인 로마 외곽 카스텔 간돌포에서 자신을 알현한 신자들에게 그 발언들은 중세의 책을 인용한 것이지 어떠하든 나의 개인적 생각을 표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교황은 이어 자신의 해명이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내 강론의 진정한 의미를 밝히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강론은 전체적으로 상호 존중과 더불어 솔직하고 진실한 대화를 꾀하려는 것이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교황은 자신의 독일 방문에 대해 얘기하면서 지금으로서는 레겐스부르크 대학 강론 가운데 몇몇 구절이 무슬림의 감정을 거슬리게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일부 국가에서 반응을 초래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여두고 싶다고 말했으나 이슬람권의 반발을 야기한 발언 내용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교황의 이같은 언급은 자신의 레겐스부르크 발언을 이슬람교에 대한 `치욕’으로 받아들이며 크게 분노하고 있는 이슬람 교도들을 향한 사실상의 사과로 풀이된다.
이집트의 최대 야권조직이자 이슬람운동 단체인 `무슬림 형제단’은 교황의 이날 사과가 충분하다고 수용할 뜻을 보였다.
이 단체의 모하메드 마흐디 아키프 대표는 무슬림과 기독교인 간에 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슬람은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을 점잖게 대할 것을 가르친다며 교황의 발언을 사과로 간주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무슬림 인구가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많은 인도에서 최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슬람 단체인 전인도무슬림법위원회도 교황의 직접적인 사과 발언을 환영하면서 교황의 애초 발언이 알려진 뒤 확산되고 있는 시위를 이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집트의 무슬림 성직자인 유세프 알-카라다위는 교황의 이날 사과를 적절한 사과로 볼 수 없다면서 문제 발언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교황의 발언은 신학을 잘 아는 사람이 할 수 없는 뜻 밖의 것으로, 이슬람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교황의 사과 발언이 나온 이날 교황청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또 시아파 성직자 교육기관이 있는 이란의 쿰에서는 이날 약 500명의 학생들이 교황 발언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고, 금주 중 쿰과 테헤란에서 성직자들과 학생들이 참가하는 교황 발언 규탄 집회가 잇따라 열릴 예정이라고 이란 정부는 밝혔다.
교황의 문제 발언이 알려진 뒤 교회 습격사건이 잇따랐던 팔레스타인에서는 이스마일 하니야 자치정부 총리가 기독교계 주민도 팔레스타인인의 일원이라며 교회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이슬람 국가인 아프리카 동북부의 소말리아에서는 교황 발언에 앙심을 품은 것으로 보이는 무장괴한들이 현지 의료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65세 이탈리아인 수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장괴한 2명은 이날 모가디슈의 SOS 아동병원에서 현지인들을 상대로 간호 교육을 마치고 나오던 로마 가톨릭 교회 소속인 레오넬라 스고르바티 수녀를 향해 총을 난사해 스고르바티 수녀가 가슴과 배 등에 3∼4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이 과정에서 그녀의 소말리아인 경호원 1명도 사망했다.
스고르바티 수녀는 2002년부터 SOS아동병원에서 다른 이탈리아 수녀 2명과 함께 간호인력을 양성하는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이탈리아 ANSA 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한 때 자국의 식민지였던 소말리아의 정정이 불안한 점을 들어 스고르바티 수녀 등에게 떠날 것을 권고했으나 이들은 봉사활동을 중단할 수 없다며 잔류를 고집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현지 언론은 이슬람 민병대가 범인 2명을 체포해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라며 교황의 이슬람 비방 발언에 따른 보복공격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교황청이 있는 로마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교황 발언에 불만을 품은 이슬람 세력의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한편 이슬람권 국가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신변안전에 유의할 것을 권고했다.
(카스텔 간돌포<이탈리아>.모가디슈(소말리아) AP.AFP.로이터=연합뉴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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