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불위(呂不韋)는 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상인이다. 그는 조(趙)나라 수도 한단에 들렀다가 인질로 와있던 진(秦)의 공자 자초(子楚)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유명한 고사성어(古事成語)가 탄생한다. ‘기화가거’(奇貨可居·진기한 물건이니 투자할 만하다는 뜻)다.
확률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20명이나 되는 진 태자 안국군의 아들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니까. 여불위는 그러나 그런 자초를 가능성이 있는 투자대상으로 보았던 것이다.
한번 판단이 서자 여불위는 줄서기를 시작한다. 가산을 기울이다시피 한 것. 심지어 자초에게 임신 중인 애첩까지 상납한다. 그리고 진나라에 들어가서는 안국군의 총애를 받고 있으나 아들이 없는 화양 부인을 접근해 자초를 아들로 삼도록 대대적 금전공세를 편다.
투자는 적중한다. 여불위의 도움으로 귀국한 자초는 안국군의 세자가 된다. 그 안국군이 즉위한지 1년 만에 죽자 자초가 진의 군주가 된 것이다. 장양왕(莊襄王)이다.
그가 헌납한 애첩은 왕후가 된다. 그리고 얼마 후 자초마저 죽고 아들이 즉위하니 그가 진시황(秦始皇)이다. 여불위가 부귀영화를 누렸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 스토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정치란 이익 나누기라는 것이다. 뭐 말이 개혁이고, 민주화이지 정치의 본질은 철두철미한 이익추구에 있다는 얘기다. 2,000년도 훨씬 전에 여불위는 권력도 투자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전국시대의 고사를 장황히 늘어놓은 것은 다름이 아니다. 여불위가 일찍이 터득한 정치의 본령, 다시 말해 철저한 이익추구에 한국의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은 어쩌면 그다지 충실한지, 감탄이 나올 정도여서다.
점입가경이라고 한다. 정치권의 줄서기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6대4라고 했다. 한나라당 의원 수 확보에서 박근혜가 6대4로 우세를 보였었다는 것. 그게 뒤집어졌다고 한다.
여론조사에서 이명박이 줄곧 1위를 달리자 많은 이탈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박근혜로서는 그만큼 배반자가 많았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여권은 여전히 지리멸렬 상태다. 도무지 구심점을 찾을 길이 없다. 그 가운데 일제히 눈을 들어 여권에 사생결단을 촉구하는 DJ를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그토록 갈망해 왔던 파워의 소재가 혹시…’하는 놀람의 눈빛으로.
그건 그렇고, 여야를 막론하고 새로 줄서기에 급급해 이리저리 방황하는 이탈자의 상당수가 소장파라고 한다. 그것도 초선에 불과한.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어쨌거나 대선 길목을 맞아 배신의 계절이 또다시 돌아온 것만은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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