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지도 보름 가까이 지났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흥미롭다.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고 후보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지지도가 많이 오를 법 한데 반짝하다 만 것 같다.
이 후보에 대한 이런 유보적인 여론을 보며 여권의 몇 대선 후보는 대선에서 이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어떤 후보는 이 후보를 한 방에 보낼 수 있다고 호언했다.
● 큰 변화 없는 대선후보 지지도
이 후보가 정말로 한 방에 가는 건 아닐까? 이런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한나라당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의구심 정도가 아니라 좌불안석의 조바심에 가까운 듯 하다.
당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터트린 것은 설 수준을 조금 넘는 것이었지만, 구체적인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을 여권에서 선거전 중반쯤에 결정적인 것 몇 가지를 터트리면 꼼짝없이 당하는 것 아닌가 많은 사람이 두려워한다.
여권이 네거티브 공세에 나름대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은 그런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 판에서 이 후보 지지자들은 막판까지 스릴과 서스펜스를 만끽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보면 이 후보가 한방에 날아갈 개연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다른 후보 같으면 벌써 날아가고도 남았을 터인데, 이 후보는 온갖 것을 다 까발려도 지지도에 큰 변화가 없다. 대운하라는 시대착오적인 공약 외에 눈에 띠는 공약조차 없는데 이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이 후보는 왜 그토록 두들겨 맞아도 가지 않는 걸까? 여권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보면 그 답이 보인다. 수많은 당내 경선 후보 가운데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세 후보가 3강을 이루고 있는데,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에서 그 3강은 창피할 정도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 손 후보가 10%대를 조금 넘은 모양인데 고작 그 수치를 가지고 희망을 느끼는 상황이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우리 유권자 가운데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찍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데 여권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왜 이럴까? 개별 후보가 아니라 여권 자체에 대한 여권 지지자의 태도가 관망이나 비판의 차원을 넘어 이제 응징의 차원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금 관망하는 사람들은 대선 투표에 기권할 가능성이 높다. 비판적인 사람들은 민노당 후보를 찍을지 모른다. 응징하고 싶은 사람 가운데 일부는 생전 처음으로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버릴 생각까지 할 것이다.
여권 지지자들의 심리를 이 지경까지 내몬 것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노무현 정부다. 노 정부가 정책적으로 무얼 잘못 했는지 대라면 다들 우물쭈물 하지만 노 정부를 구성한 패거리와 그들의 품격에 대해서라면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런 문제를 사방에서 지적해도 우이독경이다. 이제 정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여권 후보들은 민심을 읽지 못해 대통령과 차별화할 기회를 놓쳤다. 당을 헐고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데 실패했다. 여권은 국민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했으려니와 헤아리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 손 후보 선두 과소평가 말아야
노 정부에 대한 반감은 여권 후보에 대한 지지도에 여과 없이 투영되고 있다. 대통령과 전혀 관련이 없는 손학규 후보가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노 정부와 맺은 인연에 역비례해서 정동영 이해찬 후보가 손 후보를 뒤따르고 있다. 야당을 탈당해 여당으로 온 후보가 당내에서 1등을 달리는 이변의 상징성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후보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마지노선을 대통령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선거에서 노 대통령과 아직도 가까운 사람이 기세를 올리면 그 마지노선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한국 정치는 늘 덧셈이 아니라 뺄 셈이 좌우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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