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희망캠페인 - 입양 앞장 한인 가정
처음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정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부모의 품과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 입양인 줄 알았다. 입양을 통해 축복과 감사의 삶을 살고 있는 가족들을 만난 뒤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이들은 ‘부부’에게 ‘부모’라는 이름을 선물했고, 또 다른 삶의 기쁨과 행복을 알게 했다. 어른들에게도 입양은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사랑스런 두 딸을 입양하고 현재 셋째를 기다리고 있는 브라이언-캐시 신 부부와 입양 홍보에 앞장서고 있는 스티브 모리슨 가족이 입양과 희망, 그리고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 브라이언-캐시 신 가족
두 딸 데려온후 집안에 웃음꽃 활짝
연말에 올 셋째 기다리며 가슴 설레
디자이너인 캐시 신씨는 다른 어떤 시절보다 가슴 설레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엔 새로운 가족이 한 명 더 생긴다. 두 딸과 달리 셋째는 아들이라 방도 푸른색 계열로 꾸미고 가구도 미리 준비하고 있다. 여느 엄마들처럼 이미 이름도 지었다. 요엘, 사랑하는 아들의 이름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신씨는 아들을 만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설렌다.
기대감으로 가슴도 벅차오른다. 두 딸인 ‘나리’(5)와 ‘이나’(3)도 그렇게 가슴으로 얻었고, 지금은 셋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갖기 위해 7년 동안 한방, 인공수정, 시험관 모두 다 해봤어요. 어느 날 갑자기 깨달았어요. 입양도 아이를 얻을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결혼 8년만인 2004년 12월25일, 첫 딸 나리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어 엄마 품에 안겼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웃음소리 넘치는 가정을 만들고 싶었던 신씨의 오랜 기도와 소망이 선물로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나리와 함께 하며 입양 전 가졌던 몇몇 걱정들은 한낱 쓸모없는 것들이었음을 알게 됐다.
“품안에 안고 키워보면 내가 낳고, 안 낳고는 잘 모르겠어요. 그저 우리 사이에 특별한 커넥션이 있고, 더 이상 어떻게 끈끈할 수 있을지. 기쁨이 넘칠 뿐이에요.”
2006년 8월에는 둘째 입양 수속을 시작했고, 2007년 1월 작은 얼굴의 이나는 신씨 부부의 둘째가 되어 엄마와 아빠, 그리고 언니의 품 안으로 왔다. 크리스천인 캐시 신씨는 “가정은 원래 사랑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부부가 피를 나누지 않아도 가족이 되는 것처럼 우리 가족은 하나님이 특별히 만드셔서 서로를 연결해 주셨다는 믿음이 있다”면서 “불임은 힘든 일이지만 어떤 가정에겐 입양을 통해 아이를 만나서 귀중한 축복에 눈뜨고, 깊은 기쁨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브라이언-캐시 신씨 부부가 두 딸 나리(앞줄 왼쪽)와 이나를 안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 스티브-경미 모리슨 가족
입양아 출신 가장 딸 셋 낳고 입양
“이렇게 좋은 걸 왜 진작 안했을까”
입양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스티브 모리슨’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의 한국이름은 최석춘(52). 현재 우주항공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스티브 모리슨씨는 한국 아이들을 입양한 한인 가족들의 모임인 ‘엠팩’(MPAK·한국입양홍보회)의 설립자이자 자신도 14세 때 미국으로 입양된 한인 입양인이다.
9년 전엔 아들을 입양했다. 아내 경미씨와의 사이에 두 딸이 있었지만 당시 세 살이었던 조셉을 입양했고, 이후 제인이 태어나 지금은 1남3녀인 헬렌(12), 조셉(12), 케이(10), 제인(4)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런 모리슨씨 가족에게 조만간 또 다른 식구가 생긴다. 입양이 무산되면서 마음에 상처를 받은 한 아이를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있었다. 모리슨씨 부부는 여덟 살 된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입양 수속을 준비해 왔다. 본래 해외 입양은 양부모가 45세가 넘으면 불가능하지만 지난 달 한국 정부의 특별승인을 받아 가능해졌다.
모리슨씨는 “입양을 고려하는 많은 한인들이 아이들을 차별하게 되지 않을지,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 지, 어른이 된 후 친부모를 찾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지, 아이가 잘못 되면 어쩌나 등 많은 걱정을 하는데 막상 입양해 보면 이렇게 좋은 것을 왜 미리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후회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웃었다.
이어 “나의 아버지는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세 가지 일 중 첫째는 하나님을 믿은 것, 둘째는 너의 어머니를 만나 결혼한 것, 셋째는 너를 우리 가정으로 데려온 것’이라고 말했는데 늘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나의 아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해 줄 날이 기다려진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모리슨씨의 삶은 2006년 동화책 ‘스티브 모리슨 이야기’(저자 강민숙, 진설출판사)로 출판됐으며, 2007년엔 입양문화 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바 있다.
스티브 모리슨과 아들 조셉(왼쪽부터), 딸 케이와 제인, 아내 경미씨, 큰 딸 헬렌이 휴가를 즐기고 있다.
■ 한국에서 데려 오려면
45세미만 시민권자 부부만 자격… 비용 2만여달러
입양 자격은 부부 중 한 사람이 시민권자로 두 사람의 나이가 만 25~45세, 결혼한 지 3년이 지나야 한다. 부부 모두 영주권자라면 국적이 한국이므로 미국에 거주하는 한 입양이 불가능하며, 싱글 입양도 되지 않는다. 입양 기관에 따라 부부의 나이차가 10~15년 이상이면 자격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일부 입양 기관에서는 성별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국내 입양을 장려하고 있어 해외 입양은 출생 후 8개월 이상 된 아이들이 대상이다. 입양을 결정하면 서류신청, 입양교육, 홈 스터디 등을 거쳐 평균 9~17개월 정도의 수속기간이 걸리며, 입양비용은 기관마다 다르지만 약 2만2,000~2만4,000달러로 각종 입양서류, 가정조사, 비자수속, 입양 후 상담 수수료 등 서류 수속비용으로 사용된다.
보통 해외입양은 부모 나이를 45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미주 한인들의 경우 특별승인 사례를 통해 50대에도 입양 승인을 받는 경우가 있다.
(562)505-0695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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