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소비문화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불경기 여파로 돈을 쓰지 않고는 못 배겼던 소비자들이 절약가로 바뀌고 있다. 한 마디로 일자리를 잃거나 혹은 재정위기로 곤란함을 겪고 있는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생활에 검소함을 실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 지난해 연말 샤핑시즌에 지출을 크게 줄였던 많은 소비자들은 새해를 맞아 어
떻게 하면 한 푼이라도 절약할 수 있을지 생각에 잠겨 있다.
휴대폰·세탁소 이용료 줄이는 등 지갑 닫아
새해계획 ‘저축 증가’… 재정상담 크게 늘어
저축률 1990년 이전 수준인 7~8% 회복 앞둬
1년 전 일자리를 잃었던 사람들은 이상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실직이 가정 경제를 꾸려 가는데 보약이 됐다고 말했다.
월스트릿에서 증권 브로커로 일하며 1년에 7만달러를 벌었던 그는 일자리를 잃으면서 어쩔 수 없이 지출을 꼼꼼하게 따져보게 됐다고 했다.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게 됐으며 소득은 줄었지만 오히려 저축이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와 그의 부인은 첫 번째로 수입 한도 내에서 돈을 쓰기로 결심했다. 남편은 5세인 딸을 방과 후 애프터스쿨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딸을 돌봤다. 그 덕분에 부부는 1년에 1만2,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그는 휴대폰 사용을 중단하는 등 사사로운 비용을 아끼는 등 삶에 절약 모드를 도입했다.
부부는 지난해 연말 친척 및 친구들에게 전해 줄 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중고품 할인 판매점을 찾은 것은 물론 집에서 직접 과자를 구워 그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그는 “일을 했을 때는 물건을 사러가 가격표를 보지 않았다. 실직은 어떻게 하면 돈을 절약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나에게 가르쳐준 축복이었다.”며 “나는 예전에는 절약을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비록 많은 소비자들이 오래된 지출 습관을 버리기 위해 분투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세탁소를 가는 대신 직접 자신들의 옷을 빨고 다림질 하는 등 저축에 나선 소비자들은 그 기쁨이 쏠쏠하다고 했다.
물리치료사에서 정신건강 상담원으로 일자리를 바꾸면서 급여가 50% 이상 줄어든 한 여성은 예전에는 자주 외식을 했고 잡지와 복권도 사는 등 돈쓰기를 즐겨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소득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아닌 장기적인 만족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 상담원들은 해가 바뀌면 새해 결심으로 돈을 절약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도움을 청하는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올해 이들의 문의전화가 서너 배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워싱턴 DC 비영리단체 ‘캐피털 에리어 애셋 빌더즈’의 절약 프로그램 디렉터 에밀리 애펠은 “예전에는 재정위기에 직면했을 때 고객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앞으로 찾아올지 모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예방적인 차원에서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재정상담 수요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수업을 늘렸으며 특히 중산층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젊은층들의 수강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에펠은 “친구들이 재정위기로 심하게 고생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이 같은 위기가 자신에게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북쪽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정 플래너 프랭크 바우처는 초보 절약가들에게 비은퇴 자금이 있으면 안전한 양도성 예금 증서를 개설할 것을 조언했다. 바우처는 “양도성 예금 증서의 이자율이 크게 높지는 않지만 저축 구좌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소비자 지출은 경제 흐름의 70%를 차지해 예전에는 불경기를 벗어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출에 신중하며 좀처럼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소비자들의 저축률은 4.4%에 달했으며 이는 2008년 4월과 비교해 0.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소비자들의 저축률이 조만간 1990년 이전인 7~8%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 되면 소비는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욕 소재 재정시장 분석업체 ‘디시전 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학자 앨런 시나이는 “소비의 감소를 반영하는 저축의 증가는 중단기적으로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저축에 나서면 금융기관은 승자가 될 것이나 승자보다는 패자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나이는 “소비 감소는 경제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 실업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소비자 지출에 의존도가 높은 소매업체, 샤핑센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나이는 현 시점에서 저축은 소비자들에게 득이 된다고 강조했다. 돈을 빌려 쓰면서 엉망이 된 가정 경제를 원상태로 복원시키기 위해 소비자들에게는 일시적인 휴식이 필요하며 가정 경제가 안정이 되면 소비자들은 다시 소비행위에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동휘 기자>
경기침체로 저축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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