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이번 경제 불황으로 다른 나라보다 큰 타격을 받았다. 세계 경제에 뛰어든 신참 주자인 베트남은 90년대와 2000년대 초까지만도 서방 자본이 홍수처럼 몰려들면서 각광을 받았다. 그러던 것이 7,500마일 떨어진 미국발 경제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수출품의 지나친 미국 시장 의존이 화 불러
고급 특수품목 파는 틈새 전략으로 활로 찾아
중소기업 도산하며 경쟁자 줄어 대기업은 버텨
최근까지 성공을 거둔 베트남의 세계 시장 전략은 고급 수공예품이나 특수 의류와 같이 중국이 만들지 못하는 것을 제작하는 틈새 마케팅이었다.
그러나 베트남의 모든 수출품은 미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2009년 미국은 베트남 물건의 최대 수입국으로 전체 수출의 20%가 미국으로 갔다. 일례로 가구점들은 미국의 신축 주택 판매가 줄어들면서 주문이 급감했다. 호치민시 외곽 20마일 떨어진 곳에서 900명을 채용해 옷장부터 활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 호나이 가구의 매니저인 마이클 건더는 “작은 공장들은 아주 어렵다”고 말했다.
호나이 제품의 20~25%는 미국으로, 나머지는 주로 유럽으로 간다. 건더는 소규모 회사들은 문을 닫고 있지만 호나이는 아직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쟁자가 줄어 비즈니스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손님들로부터 생산을 늘리라는 요구를 받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 지금 풀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베트남 경제는 2009년 첫 9개월 동안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전년에 비해 4.6% 성장했다. 미국 같은 선진국은 그 정도 성장이면 즐겁겠지만 베트남은 최근 연 7%의 성장을 기록해왔다.
그와 동시에 수출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올 첫 10개월 동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했다. 이는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하면 작은 숫자지만 베트남이 경제 개혁을 한 후 수출이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신참 수출 경제인 베트남에게 이같은 감소는 고통스런 경험이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 비하면 베트남은 아직 세계화 경험에 있어 아이나 다름없다. 월남전이 끝난 후 수 십년 동안 베트남 경제는 농업에 의지하며 근근이 굴러갔다. 1994년 클린턴 대통령과 연방 상원이 무역 제재를 해제하기 전까지 베트남은 수출이 거의 없었다. 그 후에도 베트남 제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다. 가까이 중국과 같은 수출 대국이 있어 더욱 그랬다.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많은 제조업자들은 가격과 값싼 노임에 의지하기보다는 틈새 전략을 폈다. 호치민 시에 본부를 둔 다이비엣 의류회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지역으로 남성용 튜닉을 수출해 불황에도 끄떡없다.
이 물건에 대한 수요는 별 변동이 없어 5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그 밑에 300명의 도급업자들이 있다.
많은 공장 소유주들은 인건비가 전체 비용의 20~30%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임금을 더 깎아 봐야 줄어든 수요를 늘리는데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다. 또 중국은 운송 체제가 더 잘 돼 있는 점도 베트남에게 불리하다. 이 회사 회장인 디엡 키엣은 “중요한 것은 인건비와 운송 수단”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 새 골프장이 생기면서 동남아 각국으로부터 관광객이 몰려들자 사다코 같은 가구회사는 이들을 겨냥한 판매 전략을 쓰고 있다. 사다코 회장인 트란 만은 중국과 별장이 계속 들어서고 있는 달랏 시 같은 베트남 성장 지역으로 고객 베이스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컬 시장은 거대한 세계 시장을 대체하기에는 너무 작다.
베이커&맥켄지 법률회사의 베트남 사무실 파트너인 프레데릭 버크는 “지역 시장은 미국에 비해 너무 작다”며 “미국으로의 수출이 늘기는 하지만 금융위기 이전 예상보다는 증가폭이 작다”고 말했다.
정확한 실업자 통계는 베트남에서는 구하기 힘들다. 업주들은 정부가 이를 일부러 축소하고 있다고 믿는다. 월드뱅크는 올 상반기 베트남 근로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단편적인 증거들이 있다고 밝혔다.
비엣 딘과 마틴 라마가 월드뱅크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실업은 산업지대 전반에 광범위 하게 퍼져 있다. 계약을 연장해주지 않고 조기 은퇴 신청자에게 돈을 주는 일이 흔하다.”
기업 정책은 아직도 공식적으로는 사회주의인 정부에 의해 정해진다. 아직도 많은 관공서에서는 해머와 낫이 들어가 있는 공산당기와 빨간 베트남기가 함께 날리고 있으며 일부 공장에서는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배너를 쉽게 볼 수 있다.
베트남 정부는 불황 기간 고용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쓰기도 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베트남도 다시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편다.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인 아시아 재단의 수석 경제학자인 브루스 톨렌티노는 “정부는 경험을 통해 배우고 있다”며 “그들은 실용주의적이며 이는 그들에게 이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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