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경기에서 타자가 기록과 관중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공을 헛치는 경우가 많다. 긴장을 해서 온 몸에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면 관중들은 “힘 들어갔다. 힘 빼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타자는 계속 긴장해 결국 삼진아웃을 당하고 만다. 결승전의 동점 상황, 특히 경기종료 전에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축구선수도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나 개인적으로 특별한 관계에 있는 환자를 수술할 때 의사는 야구선수처럼 자신도 모르게 더 긴장한다. 그러면 무난하게 수술해 별 탈 없이 회복시킬 수 있는 환자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특별히 신경을 써서 잘해주려고 했다가 오히려 의외의 합병증이나 실수 때문에 결과가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의사들은 이 같은 경향이나 징크스를 ‘VIP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대개 사람들은 아무런 연줄이나 후광 없이 관공서나 병원을 찾아가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는 사람이 있으면 미리 연락해서 잘 봐달라는 부탁을 한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기대와 달리 반대의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가능하면 부탁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사가 수술이나 처치를 할 때는 빠른 시간 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할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감정이 개입되면 잘라내야 할 것을 자르지 못하거나 망설이느라 시간을 지체해 예기치 못한 사고 및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수술 중에 누군가의 부탁이 생각나면 의학적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 의사가 자기 가족을 수술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VIP 증후군은 엄연히 연구논문으로도 발표된 사실이다.
VIP 증후군에 대한 법칙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 가지 이유는 있을 수 있다. 의사들의 친인척이나 지인이 부탁을 해오면 의사는 그 환자의 편의나 비용적인 면에서 좀 더 고려한다. 이를테면 힘든 검사이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검사일 경우 의사는 의학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렇게 환자의 편의를 고려하다 보면 중요한 검사를 놓치기도 하고, 지나칠 정도로 자주 치료하기도 하는 등 진료가 평소와 같지 않아서 오히려 사고가 생긴다. 의사는 어떻게든 환자에게 잘 대해주려는 의도지만 일단 탈이 난 뒤에는 당황하게 된다. 전문의가 VIP 환자를 위해 한동안 하지 않던 진료를 했을 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하던 진료를 VIP 환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하거나 주변의 전문의에게 진료를 부탁하게 되는 것이다.
의사 본인이 자신의 병을 진료하게 되는 경우에도 탈이 생긴다.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진료나 처방을 빼먹고 본인에게 불편한 것은 무시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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