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은행(행장 장정찬)과 북아시아투자회사(NAIC·회장 강찬수)가 지난 1월12일 발표했던 양사의 합병·통합(이하 합병) 계약을 28일 전격 철회키로 발표한 배경에는 NAIC 일부 주주들의 계약 내용에 대한 불만과 함께 감독국 승인확보의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양사는 28일 공시를 통해 “NAIC 주주 중 상당수가 양사의 합병에 반대의사를 밝혀 주주의 승인을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양사 합의하에 계약을 철회키로 했다”고 밝혔다.
■NAIC주주 반대·당국 승인확보 난항
이와 관련, NAIC 소식통에 따르면 NAIC 주주중 상당수가 이번 합병 계약에 반대의사를 표시하면서 NAIC 펀드 철회의사까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계약은 NAIC 주주 40% 이상이 반대할 경우 무산된다.
헤지펀드 등 미국 기관투자자인 이들 NAIC 주주들의 반대 이유는 ▲태평양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발생할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액이 주식가치 희석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적고 장기 투자가 요구되며 ▲계약 체결 당시 수월할 것으로 낙관했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감독당국의 승인 여부도 불투명하며 ▲합병 후 강찬수 회장이 보유할 태평양은행 지분과 주식 옵션조항 등이 너무 관대하다는 NAIC 일부 주주들의 불만 등이 제기됐다.
NAIC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인수 특수목적회사’(SPAC)로 합의 발표 이후 정부의 가장 강도 높은 규제를 받고 있는 은행과의 합병이 과연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양사가 SEC와 FRB에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강찬수 회장은 합병이 완료될 경우 무상으로 받는 태평양은행 300여만주를 포함, 개인적으로 은행 지분을 무려 34%나 보유하게 된다.
또 이번 양사 합병이 성사될 경우 태평양은행의 발행 주식수는 계약 체결 당시 약 760만주에서 워런트(주식 인수권)까지 합칠 경우 무려 5,100만주로 늘어나 주식 희석에 따른 주식가격 하락 요인도 상당하다는 점도 NAIC 주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태평양은행도 주식희석 등 불만
태평양은행 주주와 이사진도 그동안 NAIC와의 계약에 대해 “사실상 외국계 자본에 은행을 헐값에 넘기게 되고 주식가치도 희석된다”며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상황이어서 태평양은행도 NAIC의 철회 제안을 순순히 수용했다.
29일 태평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NAIC와 협상을 시작할 당시에는 미래은행 파산과 신용경색 등으로 한인과 미국 금융권이 상당히 어렵고 긴박한 상황이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계약을 성급히 체결했고 사실 은행에 불리한 조항도 많았다”며 “올 1분기에 흑자를 기록하는 등 은행상태가 상당히 호전된 상황이어서 NAIC의 계약철회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신 태평양은행은 한인 투자자를 상대로 주당 3.25달러의 사모 증자 방식으로 증자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NAIC는 태평양은행과의 합병 무산으로 미국 대신 중국 기업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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