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250원대로 급등하며 한인 경제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유학생 등 한국에서 받는 송금으로 생활하는 단기체류자와 한미간 무역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은 갑작스런 환율 폭등으로 직접적인 혼란을 겪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경제효과는 대미 송금 감소부터 미국산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인한 한국 내 소비가 감소, 달러로 비용을 지출하는 한국 기업들의 비용 증가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출업계
환율 폭등으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각종 상품을 수출하는 무역업계 종사자들이다. 한국으로 각종 상품을 수출하는 무역업들의 이중고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환율이 갑자기 오르며 미국산 제품에 대한 한국 내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어 신규 주문이 완전 중단됐으며 이미 주문한 물량까지 취소하고 있다.
한국으로 미국산 의류를 수출하고 있는 한인 A모씨는 “한국 측 바이어들이 환율 급등으로 주문량을 크게 줄인 상태”라며 “이미 주문받은 물량에 대해서도 발송을 늦춰 달라며 대금지급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환율이 1,100원 초반에 안정되면서 거래물량이 증가해 도매 거래선을 늘리는데 투자를 많이 했다”고 밝히고 “갑자기 주문이 줄어들어 늘어난 거래선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수입업계
환율이 오르며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업자들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환율 변동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환율 변동으로 인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난감한 입장이다.
한국산 수입 식료품 가격변동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산 식료품 회사들은 물량을 한달 이상 확보했거나 달러로 물품계약을 하고 있다. 이들은 단기 환율 변동은 식료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달러당 1,300원을 돌파할 경우 심리적 위축이 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샘표 미주법인 이영근 법인장은 “현재 환율 변동폭을 1,100~1,300원 사이로 보고 관망 중이다”고 말했다. 왕글로벌네트 김희곤 본부장은 “달러당 환율이 오를 경우 한국에서 원자재 수입가격도 동반상승하기 때문에 한국산 식료품 가격 변동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업계
환율 급등은 항공업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항공유와 항공기 임차료를 달러로 결제하고 있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들은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천안함 사태로 미주노선 우회 등 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환율마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폭등하면서 항공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항공업계의 또 다른 고민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해외여행 위축이다.
환율 상승으로 가뜩이나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환율이 오르면서 고객들이 아예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 있어 항공사를 어렵게 하고 있다.
▲여행업계
한국행 여행을 계획 중인 한인들은 환율 급등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올 여름 한국행을 계획 중인 일부 한인들은 미리 여행자금을 한국 내 계좌로 송금해 놓는 트렌드도 형성되고 있다.
삼호관광 최재완 이사는 “여행업계 특성상 환율 폭등으로 인한 즉각적인 반응은 크지 않은 편”이라며 “하지만 한국행 여행길에 오르는 고객들이 환율이 크게 오르며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심민규·김형재 기자>
환율 급등으로 한미 양국을 연결하는 무역업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산 식품 수입업계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25일 타운 내 마켓에서 고객이 한국산 식료품을 둘러보고 있다. <왕휘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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