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거주 영국출신 에드워드 휴즈 “높은 젊은층 비율이 위기 초래”
인문학 천착해 온 독학 경제학자
파트타임 영어교사로 생계유지
헤지펀드 거액 스카웃 제의 거절
<바르셀로나, 스페인>지난 수년 동안 유로존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반복적으로 경고해 온 영국출신 블로거이자 독학 경제학자인 에드워드 휴즈의 경고에 귀를 기울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파트타임 교사로 겨우 먹고 사는 이 블로거는 자신의 생각을 인터넷의 광야로 끊임없이 내보내 왔다. 유럽의 금융위기가 유로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유럽 통화연맹의 미래에 구름을 드리우면서 세계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자 이 사람의 방대한 저술은 백악관의 정책 결정자들을 비롯, 영향력 있는 인사들 사이에 필독물이 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그에게 마드리드로 와서 스페인 경제 분석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올 61세인 휴즈는 자신을 바르셀로나 유력인사들의 모임으로 데려다 줄 호화스런 타운 카에 댄 채 만족스런 표정으로 “정말 좋다.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만나고 있으며 이들은 자신들과 밥을 먹어달라며 돈을 지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생활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지난 주 그는 스페인 정계와 재계 인사들이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어울리는 옷을 사기위해 친구에게 돈을 빌렸다. 그는 20년 째 지역 주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나는 경기의 순환과 반대되는 삶을 사는 것 같다. 다른 이들이 잘 살던 호황기에 나는 할일이 없었다. 지금은 내가 사는 카탈로나에서 유명인사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예측해 전 세계적인 컨설팅 브랜드로 떠오른 누리엘 루비니 교수나 뉴욕타임스 객원 칼럼니스트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이 유명인사가 된 것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경제학자가 유명인사가 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지만 유럽이 어떻게 하면 부채의 함정에서 벗어나 성장을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휴즈는 지혜와 통찰력을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인사가 되고 있다.
신문 칼럼과 TV, 라디오 출연 등을 통해 휴즈가 전하는 암울한 메시지는 거의 한결 같다. 스페인과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경제위기에 빠진 유로존 국가들은 통화를 독자적으로 평가절하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20%에 달하는 평가절하를 감내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쟁력을 회복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부문 임금이 이 비율만큼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학적 요소가 절대적이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인구가 노령화 되면서 집을 새로 구매할 20대에서 40대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 저축이 증가한다. 그러나 국가가 젊을수록 성장을 위해 크레딧에 대한 의존도를 더 높이게 된다”고 휴즈는 설명했다. 평균연령이 45세인 독일의 경우 인구가 날로 줄고 있는 저축국이다. 따라서 공공정책은 임금을 억제하고 수출산업을 늘리는 쪽으로 실시된다는 것이다. 반면 젊은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같은 나라는 새로운 주택과 소비재 수요 급증으로 부채가 늘어나게 되고 이것은 주택시장의 거품을 초래한다. 또 임금은 계속 오르고 소비가 늘면서 결국 독일이나 네덜란드, 그리고 북구 여러 나라들과 경쟁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허황되고 쓸모없는” 경제모델에 빠져 있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런 위기를 예견하지 못했다.
독일이 유로를 탈퇴하면 즉각 유로화의 평가절하가 초래돼 뒤처진 국가들의 경쟁력을 회복시켜 줄 것이라는 게 휴즈의 정책 제안이다. 이런 제안은 실질적인 해결방안이라기 보다는 도발적인 블로그 포스트로 읽힌다. 그러나 급작스런 유로존의 위기와 정책결정자들의 해결안 모색은 한때 폄하되었던 휴즈의 저작물에 대한 관심을 급속히 확산시키고 있다. 버클리 대학의 경제학자인 브래드 드롱은 “휴즈는 내가 중요시 하는 정보채널”이라고 말했다.
휴즈는 금융분석가들 사이에 열렬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헤지펀드와 부유한 투자가들을 조언해 주는 영국 런던의 한 회사 관계자는 “경제학자들의 레이더 스크린에 위기의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을 때도 에드워드는 유럽의 불안정성과 위기의 가능성을 분명하게 지적했다”고 말했다. 또 휴즈는 여러 가지 유혹도 거부하고 있다. 헤지펀드에서 독점적인 연구를 해달라며 제시한 고액의 오퍼를 “나의 관점이 독점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루비니 교수를 위한 기고단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문제는 고려중이라고 덧붙였다.
정크본드의 제왕이었던 마이클 밀큰이 지원하는 ‘마이클 밀큰 재단’이 동유럽에 관해 그가 하루 만에 작성해 준 짧은 보고서에 대해 3,000달러를 보내왔을 때 그는 이 돈을 모기지 페이먼트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에게 줘버렸다. “마이클 밀큰으로부터 돈을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리버풀에서 태어난 휴즈는 명문인 런던 경제대학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경제학보다는 철학과 과학, 사회학, 문학에 더 심취했다. 그의 통섭적인 학문에의 호기심은 박사학위와 풀타임 교수로의 길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한때 내 지도교수는 나를 박사학위 그랜트를 훔쳐 간 ‘도둑’이라고 불렀다. 나는 내가 읽고 싶고 듣고 싶은 분야를 골라 강의를 듣고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영국이라기보다는 유럽인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1990년 바르셀로나로 이주했다. 그의 블로그는 다양한 관심사들을 반영한다. 밥 딜런과 장 폴 사르트르, 프리드리히 니체, 심지어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이라는 보노보의 행태를 인용하기도 한다.
휴즈의 외모는 지난 10년간 하루 10여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던 사람임을 보여주듯 창백하고 초라하다. 그렇다고 그가 은둔자는 아니다. 명랑한 성품, 그리고 상호성과 교환에 대한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그는 뛰어난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지역 규범을 존중하는 그는 중년 주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어떤 주부들은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그에게 거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휴즈는 현재 북부 스페인의 인구 60명의 작은 마을 농가에서 살고 있다. 이곳에서 그는 글을 쓴다. 그리고 사색하고 책을 읽는다. “중세에는 지나친 호기심을 죄로 여겼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느낀다. 무언가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휴즈는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