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공중파 방송 화질이 케이블보다 선명
디지털 방송 이후 채널 종류도 수십가지
세인트 폴에 살고 있는 엔소니와 줄리 바이엘은 50인치짜리 TV를 통해 쇼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돈은 한 푼도 내지 않는다. 한 가지 문제는 비행기가 낮게 날거나 비가 많이 올 때, 혹은 방에서 누가 움직일 때 화면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원 보좌관인 줄리 바이엘은 “누가 옷만 갈아입어도 화면이 망가진다”며 “TV를 볼 때면 우리는 가만히 있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바이엘은 요즘 인기를 되찾고 있는 오래된 테크놀로지를 이용하고 있다. 토끼 귀 모양으로 생겼던 TV 안테나의 현대판 모델을 이용해 무료로 공중파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다. 케이블 방송을 보기 원하지 않거나 볼 돈이 없는 신세대들은 TV 안테나를 이용해 공중파 방송을 보고 있는데 의외로 채널이 많은데 놀라고 있다.
안테나 시그널이 약해 짜증날 때도 있지만 가격에 관한한 이보다 쌀 수는 없다는 게 안테나 애호가들의 주장이다. 바이얼은 “남편 친구들은 케이블 대신 안테나를 이용해 TV를 본다고 우리를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케이블과 인터넷 보급 특가가 끝나 월 이용료가 150달러로 뛰자 이들 부부는 케이블 TV를 중단시켜 가격을 절반으로 낮췄다. “그렇게까지 많은 돈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고 그녀는 말한다.
같은 결정을 내리는 케이블 시청자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 4월에서 9월 사이 케이블과 위성 TV 시청자 수는 33만 명이 줄었다. 샌포드 번스타인의 케이블 분석가인 크레이그 모핏은 이들 대부분이 공중파로 돌아섰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들은 안테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컴캐스트의 사장인 닐 스밋은 일부 고객이 케이블 대신 공중파 방송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간부들은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이들이 케이블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타임워너는 이들을 잡기 위해 가격을 낮춘 패키지를 마련했다. 뉴욕에서는 40달러, 오하이오에서는 30달러면 적은 채널의 케이블 방송을 볼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미국 가정의 90%가 케이블이나 위성으로 TV를 보고 있고 이 숫자는 최근까지 계속 늘어왔다. 그러나 지난 6월 TV 방송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미국인들의 생각이 변하고 있다. 처음 옛날 TV로는 시청이 불가능할 것을 염려한 시청자들이 케이블로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케이블 이용자 수가 늘어났지만 이들 중 일부는 다시 공중파로 돌아갔다.
다른 하나는 인터넷 비디오의 증가다. 최근 디즈니사에서 일하기 위해 LA로 이주한 브래들리 라우텐박(28)은 생활 패턴을 바꿨다. 그는 “이사 갈 때마다 케이블 회사에 전화해 새로 놓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안테나를 달고 보고 싶은 TV 프로는 i튠 같은 인터넷 TV를 통해 시청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케이블이 전혀 그립지 않다”고 말했다.
안테나가 얼마나 팔렸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TV 안테나 제조회사인 안테나스 디렉트는 올해 50만 개를 팔 계획인데 이는 작년 38만5,000개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회사의 디지털 안테나는 과거 옷걸이 같이 생겼던 안테나와는 많이 다르다. 옛날 것은 토끼 귀처럼 생겼지만 요즘 나오는 것은 쥐 귀에 가깝다. 이 회사에 따르면 주 고객은 공중파와 인터넷 TV를 동시에 이용하는 20대들과 오랜 전부터 케이블을 끊으려 하다 불황으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자 이를 결행한 사람들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중파가 새 케이블”이라며 “무료 TV와 인터넷이 오래 전부터 케이블과의 나쁜 관계를 끊어오려던 사람들에게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있다. 전국 방송인 협회의 대변인인 데니스 워턴은 시청자들은 어차피 공중파를 통해서도 광고를 보기 때문에 방송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25~150달러짜리 안테나를 통해 TV를 보면 화질은 오히려 케이블이나 위성 TV보다 더 좋다. 케이블은 방송 데이터를 압축해 내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은 과거 아날로그보다 더 예민하기 때문에 시그널이 약하면 화면이 흐려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사라져 버린다. 지난 브룩클린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월드컵을 보던 사람들은 한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화면이 나오지 않자 화장실 가는 것까지 제한하기도 했다.
새 안테나를 통해 보는 공중파 방송은 디지털로 바뀌면서 채널도 훨씬 많아졌다. 과거 한 가지 방송만 나가던 채널이 이제는 여러 방송을 내보낼 수 있게 됐다. 바이엘이 살고 있는 세인트 폴의 경우 ABC나 NBC는 로컬과 날씨만 내보내는 채널을 따로 마련하고 있고 4개의 공영 방송과 뮤직 비디오 채널도 있다. LA 같은 대도시는 40개 이상의 채널이 있다.
버지니아 대 졸업생인 크리스 포스터(29)는 아내와 함께 35달러짜리 케이블 시청을 중단하기로 했다. 영화나 옛날 프로는 인터넷 TV인 넷플릭스를 통해 보고 싯콤과 뉴스는 안테나를 통해 본다. 그는 케이블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대체로 현재 상태에 만족하고 있다. 그는 “지금이 전보다 발전된 단계”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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