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국환이 불러 화제를 일으킨 노래가 있다. 제목은 ‘타타타,’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해학이 감칠맛을 더하는 절묘한 가사다. 우리들 삶에 있어 이 노래 가사처럼 말조심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갈 수만 있다면 모든 인간관계가 꼬이지는 않을 일이다. 모든 화근의 정체는 자기 생각을 앞뒤 가리지 않고 표현한다는 데 있다. 돌아보면 나 자신도 나를 잘 알지 못하면서 남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리 잘 알고 왈가왈부를 농(弄)하는지 부끄러울 때가 적지 않다. 어느 경우는 일면식도 없거나 더러 만났어도 밥 한 끼 제대로 나눈 적 없는 사이임에도 마치 그 사람 속에 들어갔다 나온 양,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를 마지않으니 인간의 철없는 우매함을 무엇에 비길까.
오래된 시조 한 수를 음미하겠다.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을 말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말 하는 것이/ 말로서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말조심은 지금 이 시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선시대도 삼국시대에도 문제였고 2천 년 전 갈릴리에서도 문제였다. 그래서 우리의 사표이신 그리스도도 기회만 되면 “말조심해라!” “혀를 잘 관리해라!” 부탁을 하셨다. 부박(浮薄)한 신앙을 코끝에 걸고 이 사람 저 사람 정죄하기를 즐겨하거나 머리에 든 몇 자 안 되는 지식이나 자기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묘한 이빨을 드러내 폄하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람이 하나씩 갖고 있는 혀는 행복의 원인이며 또한 저주와 분쟁의 씨앗이다.
중국 송나라 학자이며 서원학파의 태두인 소강절 선생이 이런 경구를 후세에 전했다. “어느 사람이 나를 비방하는 말을 들을지라도 곧 성을 내지 말고 사람이 나를 칭찬하는 말을 들을지라도 곧 기뻐하지 말고 사람이 남의 나쁜 말을 전하더라도 곧 이에 응답하지 말되 사람이 남의 착한 말하는 것을 듣거든 거기에는 곧 응답하고 따라서 기뻐하라.”
참으로 새겨야 할 말이다.
사람의 말은 그림자와 같다고 한다.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하게 한다는 의미다. 키 작은 사람의 그림자는 역시 그 키가 작고, 키가 큰 사람의 그림자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키가 큰 법이다. 내가 몸을 구부리면 그림자 역시 구부러지고 내가 뛰면 그림자도 뛰는 것이다. 내가 토하는 말이 내 위인 됨을 말한다는 뜻이다. 내가 토하는 말이 선하면 그 사람 역시 선한 사람이고 내가 입을 열어 토하는 말이 용렬한 내용이면 내 인격 역시 용렬함을 스스로 증거 한다.
그 용모만 따로 보면 어른이지만 하는 말을 들어보면 초등학교 학생 수준의 유치한 말로 주변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드는 위인도 있다. 비록 유행가 가사지만 내가 나를 모르는데 어찌 남을 다 알 수 있을까라는 말을 그냥 흘려듣지 말고 새삼 스스로 조심하는 관계를 만들어가자. 조금 더 친절하고 조금 더 생각하며 나 자신의 위상을 그 위에 세우는 지혜를 얻자.
하나씩 가지고 있는 입으로 다른 이를 격려하고 이해하며 끌어안는 마음을 나눌 때 인색한 칭찬이 풍요로운 칭찬으로 변화될 것이다. 결국 남을 말하며 깎아내린다는 것은 내 이기심의 발로이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 데서 오는 신경질에 다름 아니다.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상처의 정체란 무엇인가. 바로 내가 던진 불친절한 말, 생각 없이 건넨 비판과 험담이 만든 결과물임을 기억할 일이다.
신석환
목사/실버스프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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