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시가 소방관 채용 과정에서 필기시험 합격선을 뒤늦게 올려 흑인 지원자를 대거 탈락시켰다가 연방 항소법원으로부터 거액의 배상금 지급 판결과 함께 이들에 대한 의무 채용 명령을 받았다.
17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미 제7 연방 항소법원은 이날 시카고 시에 "지난 1995년 소방관 채용시험에서 부당하게 탈락한 흑인 응시생 가운데 111명을 오는 2012년 3월까지 채용하고 나머지 탈락자 6천명에게 1인당 최소 5천달러(약 6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미 연방 제7 항소법원 조앤 갓첼 판사는 "시카고 시는 당시 시험에 탈락한 6천명의 흑인 응시생들에게 엽서를 보내는 것으로 이 절차를 시작하라"고 제시했다.
시카고 시는 엽서를 통해 "아직 시카고 소방관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추첨에 응할 것"을 공지한 뒤 이를 통해 1차로 750명을 추려내게 된다. 이어 이들을 대상으로 체력검사, 신원 조회, 약물검사, 신체검사 등을 실시해 최종 111명을 선발, 내년 3월까지 소방관 아카데미에 입소시켜야 한다.
그동안 다른 직장을 가졌거나 그 외 이유로 추첨에 응하지 않을 이들은 1인당 최소 5천달러(약 600만원)의 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 위로금 규모는 3천만달러(약 320억 달러) 이상이 되는 셈이다.
시카고 소방국의 신규 채용 연령 제한은 38세. 그러나 이번에 실시되는 111명의 특별 채용에는 연령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흑인 인권단체인 ‘유색인 지위향상협회(NAACP)’는 지난 2005년 "시카고 시가 1995년 소방관 채용시험에서 흑인을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필기시험 합격 점수를 높였다"고 주장하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원래 64점이던 합격선을 89점으로 올려 흑인을 대거 탈락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89점 이상 고득점자 1천800명 가운데 78%가 백인이었으며 흑인은 전체의 11%에 불과했다.
시카고 시 당국은 이에 대해 "64점에서 89점 사이 득점자가 워낙 많아 어쩔 수 없이 합격선을 상향 조정했다"고 해명했지만 소방관 채용시험에서 떨어진 6천여명의 흑인들은 소수인종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채용시험을 불법으로 규정한 ‘시민권리법’을 소송 제기 근거로 들었다.
현재 시카고 소방관 5천명 가운데 흑인은 19%, 백인 68%, 히스패닉계 11%.
법원은 1심에서 이 사건이 "인종차별에 해당한다"며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시카고 시가 제기한 항소심에서는 "300일의 공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흑인 인권단체와 원고 측은 "시카고 시가 이 사례 이후로도 경찰관과 소방관 채용 과정에서 이 합격 점수를 이용해 인종 차별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소송 제기는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연방 대법원에 상고했다.
연방 대법원은 지난해 "연방법이 인종차별적 채용시험을 금하고 있는데도 시카고시는 10여년에 걸쳐 필기시험 결과를 선별 채용에 이용해왔다"면서 "1995년 시카고 시 소방관 시험을 치른 흑인 응시생들의 소송이 유효하다"는데 대법관 만장일치로 합의하고 사건을 항소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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