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오빠가 세 분 계신다. 큰 오빠는 나이차가 많아 어렵고 둘째 오빠는 참으로 조용하고 자상한 성격을 지녀서 그런지 친구들이 우리 집에 많이 놀러 오곤 했다. 나는 오빠들 틈에 자라서 그런지 나대로의 철칙을 세워 놓았다. 그것은 남자는 말이 많지 않아야한다는 철칙이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대학입학 시험을 친 후 합격통지서를 기다리고 있을 때다. 그날은 식구들이 모두 외출하고 나 혼자 집을 보면서 간단한 빨래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누가 “오빠 있어요?” 하고 묻는다. 나는 벌떡 일어나 좀 멋쩍은 듯이 “우리 오빠 잠깐 외출 했어요”대답하고 뒤를 보니 공군 모자를 쓴 한 사람의 모습이 너무 멋있게 보였다. 오빠 친구도 멋쩍은 듯 나를 바라보는 눈이 강하게 떨리는 듯 했다. 그 순간 내 마음이 한꺼번에 녹는 듯 했다. 공군사관학교 제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너무나 당당하고 멋졌다. 내려 쓴 모자 아래로 말없이 쳐다 보는 그의 시선은 너무나 뜨거웠다. 세월이 흘러 우리가족은 이사하게 되어 얼마동안 공백이 있었다. 나는 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아지며 오빠의 졸업앨범을 뒤져보며 그 속에서 그의 사진을 찾아보는 것이다. 나에게 찾아온 갑작스럽고 설레는 감정은 파란하늘에 뭉개구름처럼 피어났다. 나 자신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마음은 그에게 달려갔다.
어느덧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날이 다가왔다. 우리가 새로 이사한 집은 ‘언덕의 집’ 으로 아담하고 예쁜 앞마당이 넓은 집이었다. 어느 날 화창한 날씨라 대문 밖 꽃을 심으면 집이 아름답게 보일 것 같아 땅을 파고 꽃을 심고 있었다. 귀에 익은 목소리가 내 뒤에서 들렸다 “오빠 있어요?” 그래서 나는 앉은 채로 그를 올려다보며 “ 네! 집안에 들어 가보세요” 하고 그를 바라보니 그인 몇 발자국 걷다가 되돌아보며 나에게 윙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나도 정신이 없고 얼굴이 빨개졌다. 그 황홀했던 순간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 후로 나는 그에게 흠뻑 빠져드는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나만의 비밀을 간직한 것처럼 마음속깊이 그를 간직하고 나 혼자 그이와 얘기해 보는 것이다. 그는 매주일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때까지도 오빠를 만나러 온 것이다. 나도 모르게 주말이 되면 그를 기다리게 됐다. 언젠가 나에게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올 수 있느냐고 물어서 그 자리에서 나는 꼭 참석해서 축하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 후로 우리는 교제를 시작했다. 잊지 못할 나의 첫사랑! 나의 마음을 너무 황홀하게 만든 그 사람. “사랑해요”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제는 세월이 흘러 나도 할머니가 되어 상록대학 문예반에서 숙제로 이 글을 쓸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이것이 인생이 아닌가 아련한 옛 추억에 잠긴다.
박혜자
상록대학 문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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