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동물원이 침팬지가 모델로 등장하는 슈퍼볼 TV 광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31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시카고 링컨파크 동물원은 아웃소싱 전문회사 ‘커리어빌더닷컴(CareerBuilder.com)’이 오는 5일 열리는 슈퍼볼을 겨냥해 만든 TV 광고가 전파를 타는 것을 막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커리어빌더닷컴’의 슈퍼볼 광고에는 정장을 입은 침팬지들이 인간 동료를 골려먹는 장면이 연출돼있다.
링컨파크 동물원 측은 "이 광고가 침팬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장난스런 침팬지 모습이 전 세계에 방송되는 것이 멸종 위기의 침팬지 보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침팬지를 전혀 위험하지 않은, 단순히 귀엽고 해 없는 애완동물로 그려내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동물원의 유인원 연구·보존센터 스티브 로스 박사는 ‘커리어빌더닷컴’의 광고에서 침팬지가 사람 몸에 붙은 ‘나를 차버려(Kick Me)’란 사인을 보고 웃는 장면을 인용하면서 "사람들이 침팬지를 이 같은 방식으로 바라보게 되면 침팬지에 대한 보존 노력을 덜 기울이게 된다"고 말했다.
로스 박사와 동물 복지 옹호론자들은 지난 2005년부터 침팬지가 등장하는 ‘커리어빌더닷컴’의 슈퍼볼 광고를 문제삼아 왔다.
그러나 올해 이들은 "인간처럼 옷을 입힌 침팬지를 상업용 광고에 등장시킬 경우 시청자들은 야생 침팬지에 대한 염려를 덜 하게 된다"는 듀크대학의 연구 결과에 힘입어 광고 중지를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듀크대학 진화인류학과 브라이언 헤어 박사는 "’커리어빌더닷컴’은 ‘광고 속 설정과 상관없이 침팬지 보호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들의 광고는 침팬지 보존 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헤어 박사는 "이 광고를 본 아프리카 빈민국 주민들은 원숭이를 잡아다 팔 수 있는 시장이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고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얼빠진 사람들은 원숭이를 애완용으로 기르고 싶어 할 것"이라며 "이는 야생 동물과 인간을 모두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때 100만 마리에 달했던 야생 침팬지 개체수는 현재 10만 마리로 급감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 지난 2009년 코네티컷 주의 한 여성이 애완용 침팬지에게 눈, 코, 입 등을 사정없이 물어뜯기다 결국 경찰에 의해 구조되고 침팬지는 사살된 사건을 상기시키며 "침팬지를 애완용으로 기를 수 있다는 생각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커리어빌더닷컴’측은 "침팬지가 등장하는 슈퍼볼 광고가 나가고 나면 사업 실적이 급등하고 회사 인지도도 극적으로 높아진다"며 "이는 대중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업 광고 평가 기관 ‘에이스 매트릭스(Ace Metrix)’ 최고경영자 피터 다볼은 "이처럼 가벼운 웃음을 유발하는 광고는 대중의 선호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평가에서는 그리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며 "’커리어빌더닷컴’ 광고는 슈퍼볼 광고 가운데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 부류 중 하나"라고 전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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