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사람이나 동물이나 삼일 굶으면 남의 집 담 안 넘을 이 없다는 얘기가 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배고픈 것은 부모 없는 것보다 더 서럽다’라는 말씀이 배고플 때마다 생각이 났었다.
지금이야 배불리 못 먹는 사람은 몇 나라 빼고는 드물지만 우리나라도 6.25 동란을 전후해 배고픈 시절을 살아 온 세대들은 그 삶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먹는 것이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한국의 올해는 4월 총선에 11월 대선이 있는 해이다. 후보였을 당시만 잘 살게 배부르게 해주겠다고 해 놓고 당선이 되면 공약은 아랑곳없고 자기 배만 불리는 위정자들이 너무나 많아 모든 선거 유권자들은 정신을 단단하게 차릴 시기라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이 따로 없이 광기(狂氣)들린 것처럼 무상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무상보육-무상급식-무상의료 등, 이 정도 복지라면 천국이 따로 없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을 보자. 군 사병 월급을 현재 용돈 수준인 9만 원에서 단번에 40만 원 선으로 올린다고 한다. 여기에 초중고교의 무상 아침급식을 검토하겠다고 하니 매일 아침 자녀를 위해 새벽밥을 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학부모의 입장에선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무상복지를 선점한 민주통합당도 집권하면 신천지 나라를 만들 것 같아 보인다. 17조 원이 들어갈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약속은 이미 내놨다. 16조 원이 필요한 일자리, 주거, 취약 계층 지원 공약도 발표했다.
취업 준비자에겐 월 25만 원씩 ‘구직 촉진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대기업의 청년 고용 의무 할당제를 실시하고, 전체 근로자의 47.5%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25%로 줄이고, 정규직의 56% 수준인 비정규직 급여를 80% 이상으로 올려 주겠다고 한다. 청년 백수와 비정규직의 고통은 곧 종말을 기할 것만 같다.
여야가 이처럼 국민을, 특히 서민들을 현혹하는 백화점식 무상복지 공약을 전시하면서 재원마련 대책은 생략됐다. 그러고는 우리나라보다 국민총생산이 2~3배 많은 유럽 선진국들만을 언급한 채 과다한 복지로 재정이 거덜나 국가부도상태를 맞은 이탈리아나 그리스 등 실패한 복지는 거론하지 않는다.
최근 발생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이른바 시민혁명도 직접적인 도화선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보다는 식량부족이라는 1차원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장기적 독재정권은 물질적 보상 없이 국민에게 의무와 규정만 요구하니 결국 국민의 인내심도 한계점에 도달하여 정권을 몰락시키는 상황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작지만 강한 초일류 국가인 싱가포르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비판의 대상이기도 했다. 권위주의 체제로 일관하여 야당이 거의 존재감이 없는 상태로 여당인 인민노동당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개인보다 국가의 존립을 더욱 중요시하는 이른바 싱가포르식 ‘사회민주주의’를 국가의 원리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는 국가의 가장 기본 소임이라 할 국민의 생존과 안전, 그리고 세계적 수준의 생활을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체제를 확립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적했듯이 싱가포르 국민은 ‘삶의 질을 올려주면 계속 권력을 보장해 주겠다’는 일종의 거래를 통치자와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민의를 활발히 논의하는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각 개인이 누릴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맹자’에 보면 정치의 요체는 민생과 도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백성들의 배를 채우고 그들의 마음을 바로잡아 도덕이 바로 서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치라는 것이요.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해야 비로소 윤리와 도덕이 생긴다는 점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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