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교수와 언제나처럼 어제 저녁 포도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그분은 일년에 두 차례 한국 대전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그런데 이야기 중 이런 말을 헸다.
“참 이상해요. 표가 안 나는 평범한 옷에 평범하게 화장을 하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기차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C 대학으로 가자고 하면 빙빙 돌아서 가요. 바가지 요금을 씌울 참이겠죠, 왜 돌아서 가요 하면 ‘아니 미국에서 오신 분이 길을 어찌 아세요’ 하곤 하죠.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택시 요금 바가지 이야기가 아니라 택시 운전사들이 내가 미국에서 왔는지를 어찌 아는지 그것이 신기해요”
“어휴 한국에선 골프를 안 쳐요. 정신적으로 릴렉스(relax) 하려고 골프를 치자고 해서 갔더니, 처음서부터 돈내기, 서로 이겨야 하겠다는 경쟁심에서 오는 긴장감, 거기다가 이렇게 하면 캐디한테 욕먹거나 흉 잡힌다느니, 골프 치는 진행이 어떻다느니 하기도 하고, 거기다가 골프 옷, 골프 클럽(golf club) 까지도 얼마짜리 무슨 브랜드 하는데 그만 스트레스만 더 쌓이기만 하지요”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나도 3월 초 서울을 방문하여 충무로 5 가 부근 호텔에 머물렀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해장국 집에 들렸었다. 나 또한 겨울 날씨라 아주 평범하게 서울에서 누구나 다 입는 노스 페이스 점퍼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작은 식당에 들어서면서 해장국을 주문했다.
그런데 엽차를 갖다 주면서 주인 아줌마가 ‘미국에서 오셨군요’ 했다. 나는 참으로 신기해서 ‘어찌 내가 미국에서 온 것을 아셨어요’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주인 아줌마가 ‘미국에서 오신 분은 어딘지 모르게 순진하다 할까 아니면 착하거나 마음의 여유가 있어 보여요’ 하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 그러한 이야기라면 나한테 할 것이 아니라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했으면 했다. 아니 그러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와야만 해야 할 것 같다
한국 사회 전부가 좀 스트레스 쌓이는 긴장 속에서만 살지 말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듣자 하니 한국은 유치원부터 소위 어느 지역에 어느 정도의 수준에 자기 아이를 입학 시켜야 하느냐 하는 학군으로 시작해서, 남과 경쟁하고, 이겨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과외 공부로 찌들어지고, 학교에서는 친구가 아니라 자기의 라이벌로 여기면서 생을 시작해서 평생을 도전하고, 경쟁하고 상대를 무너뜨리고, 그리고 이겨야 하는 긴장의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결과는 그러한 환경에서 자랐기에 국회의원들의 저질스러운 싸움, 트위터에 뜨는 네티즌들의 막말, 나꼼수가 인기를 끌고, 하다못해 명승지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어도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을 향하면서 누구와 싸우려는지 ‘파이팅’ 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자식 교육이 어떻다, 아메리칸 드림이 어떻다 하면서 이민을 왔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나는 새삼스럽게 물론 미국 또한 경쟁, 과외 공부 등이 있기야 하지만 그렇게 일생을 사각의 정글 속 같은 한국에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는 곳이 미국이 좀 과장해서 천국이 아니겠는가 하며 나는 이곳 미국에서 영유하고 있는 나의 생에 귀중함을 새삼 느꼈다.
그래도 그날 저녁 어린 학창 시절의 친구들과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나니 모두들 노래방에 가자고 한다. 그것이 그들의 필수 코스 란다. 참으로 노래들을 잘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내 눈에는 그들이 그 나이가 돼도 아직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그리고 노래인지 고함인지 지르며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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