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벚꽃 축제가 한창이다.
포토맥 강변을 따라 줄줄이 서있는 관광버스의 행렬을 지나 탈북자 북송반대를 위한 데모를 하기 위해 중국대사관으로 향하고 있다.
압록강 강변을 따라 굴비처럼 묶여서 줄줄이 북송되는 탈북자의 행렬이 눈에 어른거린다.
뜻이 맞는 몇몇 지인들과 함께 ‘북한 난민 껴안기 모임’을 만들어 풀뿌리 데모를 시작한 지 벌써 3주째가 되었다.
비록 작은 무리의 사람들이 모였고 더욱이 지난 토요일은 비까지 와 우산을 들고 데모를 하였는데 그 비는 마치 북송되어 가는 탈북자들의 눈물인 양 우리의 마음을 적셨다.
중국대사관 앞에서 대사관을 중심으로 걸으며 기도하는 이 모임은 매주 토요일 아침 11시부터 12시 까지 하고 있다. 첫날은 7명이 모여 시위를 하였고, 둘째 주일은 버지니아 한인회가 동참해 주어 14명이 모였다. 그리고 셋째 주 비오는 지난 토요일은 6명이 모였는데, 탈북자를 돕는 ‘미주 두리 하나’ 이사장이며 감리교단의 감리사이신 조영진 목사님 부부도 참석해 주셨다.
탈북자들이 겪는 그 고통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임이 분명한데 한국이나 미주 동포들은 침묵을 하고 있다.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 정치의 일번지인 워싱턴에서 그 침묵을 깨고 싶다.
구소련의 유대인들이 소련에서 박해를 받고 있을 때, 미국에 있는 유대인들이 하나가 되어 로비를 하고 그들을 소련에서 탈출할 수 있게 도왔다고 한다. 허드슨 연구소의 호로위츠(Horowitz) 변호사는 “왜 이곳에 있는 미주 한인들은 동족인 탈북자 문제에 무관심 하냐”며 의아심을 나타냈다. 그렇다. 우리도 이곳에 있는 유대인과 같이 하나가 되면 미국 의회도 움직일 수 있고 탈북자 북송을 막을 수 있도록 중국 정부에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
동독의 성 니콜라스 교회에서 독일 통일을 위한 작은 기도 모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작은 인원이 모여 촛불 기도를 하였는데 다 죽여 버리기로 결정한 동독 정부가 기도하는 무리들을 기도한다는 이유만으로 죽일 수 없어 지켜본 것이 어느새 큰 무리로 변하여 독일의 통일을 가져왔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가 비록 적은 숫자로 시작한 모임이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 같이 동참하고 씨앗이 되어 성 니콜라스 교회의 촛불 기도 모임처럼 멀지 않은 장래에 탈북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나아가서는 북한 사회 변화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우리는 사순절 기간을 보내고 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 사순절 기간 동안 자기가 좋아하는 한 가지를 포기하며 기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한 가지씩 포기하며 기도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축복을 바라고자 하는 것이지 남의 축복을 위해서 포기하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 같다.
진정한 사순절의 의미는 약한 자의 고통을 같이 아파하고 그들의 축복을 위해 내가 가진 한 가지를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남의 축복을 바라는 것이 곧 내 축복임을 알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데모행렬에 동참해 주길 기대해 본다. 그러면 언젠가는 워싱턴의 벚꽃 축제를 탈북자와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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