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칼로 깎은 듯한 수 많은 바위와 바닷가 검은 모래들이 인상 깊다. 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많은 섬들은 마음의 답답함 마져 가져다주기 까지 하지만 이것 또한 그리스만의 특징인 것 같다. 수 천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중 사람이 살 수 있는 섬은 227개 뿐 이라니 나머지들은 그저 물 위로 솟아 오른 바위들에 불과 한 것같다. 이 섬들중 하나인 ‘스코펠로스’에서는 세계 최고의 뮤지컬인 ‘맘마미야’가 촬영된 아름다운 섬이기도 하다. 얼핏 보기에는 화려하고 부유한 나라요, 풍요의 극치인듯 느껴지기도 하고, 더구나 서양철학의 근원지요, 서양 문학의 시발지요, 정치, 역사, 과학의 근원지였기에 많은 호기심이 가는 나라가 바로 그리스다.
아테네의 신타그마 광장에 서 있노라면 그 옛날 철인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분들이 각기 제자들을 이끌고 진리를 논했을 법한 장면을 떠올려 보지만 그것도 잠시, 여기저기서 나를 향해 한 발자국씩 옮겨 지는 사람들의 그림자는 몸이 움추러질 정도로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그 영광의 광장에는 지금은 이렇게 소매치기라는 어두운 그림자들만이 먹이 거리를 노리며 여러 곳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많고 아름다운 섬들의 집은 어부들의 거주지가 아닌 육지의 중산층 이상의 별장들 이라니 다시한번 놀랍다. 섬에 별장 하나 없으면 중산층에 끼지도 못 한다니 그들의 생활은 보지 않아도 알듯하다.
그들의 생활 수준으로만 본다면 IMF나 EU의 역사 이래 최대 구제 금융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국민들 또한 그렇게 절박해 보이지 않는 느낌, 역시 마음의 여유가 있는 국민 임에 틀림없다.
지난날의 영광을 생각해서 일까? 50여년(1929-1980)을 세계 최고의 국민 소득을 올리던 자부심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일까? 국민소득 3만불(2009년 통계)의 자긍심 때문일까? 그러나 서양 문명의 본거지였던 봄도, 세계 최고의 국민소득이라는 꽃도 지금은 다 지나가버린 추억이 되어 버렸다.
군인이었던 가장이 은퇴하면 그 배우자는 물론 자녀에게 까지 평생연금이 지불되어 지는 복지 정책은 참으로 달콤한 정책이며, 한번 공무원은 영원한 공무원 즉 공무원은 파면이나 면직은 없다는 철 밥통 정책은 국민들에게 봄의 아름다운 꽃 향기 만을 맛보게 해 주었지, 이글거리는 여름의 태양이나 한 겨울의 얼어 터질듯한 찬바람은 생각하지도 못 하게 해 놓았으니 지금에 와서 허물어진 ‘파르테논’ 신전기둥을 붙들고 통곡을 한들 지나간 화려함이 다시 찾아오지 않겠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잡기만 하면 된다는 그 권력을 위해 달콤한 복지라는 사탕을 국민들 입에 넣어준 정치 지도자들! 지금은 입 안에서 녹고 있는 달콤한 사탕을 잡아 빼 내려니 지불 해야 할 고통은 얼마나 될까?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았다고들 하지만, 지나간 봄은 언제나 다시 올는지.
정치인이라면 그 누구도 그리스의 현 사태를 깊이 통찰해야 되겠고, 복지를 외치는 정치인을 가진 국민이라면 봄을 그리며 몸부림치는 그리스 국민들을 위해 위로의 기도 한번쯤 해도 괜찮겠지! 다시찾아 올 ‘그리스의 봄’ 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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