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워싱턴포스트에서 “Gireugi(기러기)”라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일 년에 한두 번 가족이 있는 외국으로 날아가 상봉한다고 해서 철새인 이 기러기와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라는 ‘기러기’ 가족.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이 기러기 가족이 많이 살고 있다. 최소한 백년 앞을 내다보시는 분들이시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옛날부터 유난할 정도로 자식교육에 열정을 보여 왔다. 자기의 청춘, 인생마저도 오직 자식 교육에만 열중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그 자세만은 참으로 그 누구도 칭찬을 아낄 수 없다. 우리는 모범적인 어머니로 한석봉의 어머니와 신사임당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알고 있다. 남편의 도움 없이 날품팔이를 하며 한석봉이라는 세기의 명필가를 만들어낸 그의 어머니야 말로 눈물겨운 모범 어머니임에 틀림이 없으며, 화가요 시인으로 유명했던 율곡 이이의 어머니 사임당은 또 어떠했는가.
그런데 지금의 어머니상들과 비교해 보면 어떤가. 사상과 행동이 많이 변해있음을 알 수 있다. 물질만능, 황금제일주의의 병든 가치관 때문일까 경쟁주의적 야성 때문일까. 어머니는 어머니인데 큰 차이를 느끼는 것은 왜 일까. 어린아이들의 자제되지 못한 행동, 걸러낼 줄 모르는 언어의 폭력, 선생님이나 연장자에 대한 무례한 태도, 이런 것들이 다 날개 꺾인 기러기와 다를 것이 무엇일까. 6.25 전쟁이 북침이라고 알고 있는 아이들의 믿음이 선생님만의 잘못일까? 학교 교육에 무디어진 어머니들의 잘못은 없는 것일까. 높은 점수만 따면,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자기 도취성 사고가 일궈낸 결과는 아닐런지.
며칠 전 뉴스에서 담배꽁초를 거리에 버리는 청년에게 충고한 한 할머니를 벽돌로 머리를 때려 혼수상태에 빠트린 얘기를 접한 적이 있다. 누가 보아도 잘못된 교육의 현장이요. 잘못 인도된 가치관의 표출이 아닐 수 없다. 본인에게는 두 날개가 힘이 되어 하늘로 비상 할 것 같으나,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꺾인 날개를, 부러진 날개를 가지고 하늘 높이 날아보겠다는 잘못된 철학이요, 무슨 방법으로든 날기만 하면 된다는 부모의 오도된 교육의 결과가 가져온 시대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옛날 우리들의 어머님의 마음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을까. 어머니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머니들을 위한 아이들의 교육이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면 바른길, 행복의 길로 발자취를 옮겨놓을까를 생각하는 어머니, 누구의 아들 딸이 아닌 그 자신의 이름에 충실할 수 있는 기러기 어머니요, 이민자의 어머니가 되면 어떨까.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해야 했던 맹자의 어머니, 자식들의 앞날을 그렇게도 걱정 하면서도 자기최면이나 자신의 철학만을 전수하려 하지 않은 신사임당. 그 얼마나 현재의 어머니상과 차이가 많은가?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외로이 서울 길로 가는 이 마음/ 머리 돌려 북평 땅을 한번 바라보니/ 흰구름 마저 저문 산을 날아 내리네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 생각, 부모에게 감사하는 사랑하는 마음이지, 자식들에게 자기사상을 주입시켜 보겠다는 사고는 보이지 않는 사임당의 이 한수의 시는 지금도 많은 어머니들에게 좋은 시가 될 듯하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의 하나가 나의 생활철학, 인생관, 행복관, 성공사상을 자식에게 주입시키려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것을 찾아서 참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것이 날개를 꺾이지 않게 해주는 것일 것이다. 꺾인 날개를 주지 말고 행복의 건강을 주어야한다. 행복이란 하루아침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항상 이용하는 자동차를 운전 하는 것과 같이 연습을 해야 하고 익혀야하는 하나의 기술이다. 연습을 많이 할수록 오래할 수록, 조심 할수록 느껴지는 감정이요, 익숙해져가는 우리 삶의 습관임을 알 때 꺾이지 않는 날개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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