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의 대통령께서 미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민자에게는 큰 기대와 반가움으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고국의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서, 최근 상상을 초월하는 북한의 전쟁도발 위협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차분히 대처하며, 미국과 세계를 향해 아시아의 촉망되는 지도자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터이다. 6일이라는 짧은 여정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상하 양원에서의 연설, 경제인과 참전용사 그리고 동포들과의 만남 등을 통해서 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행복한 한국만들기, 격 높은 한미우호관계, 나아가서는 세계의 평화를 지향하는 정치철학과 실천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고 계신 아름다운 한복에 먹칠을 한 것처럼 초유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당혹함과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어찌하여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그것도 대통령과 나라의 정책을 대변하는 중책을 맡은 사람으로서, 일반인에게도 감당할 수 없는 추태를 보였다는 것은 부끄러움에 앞서 마음에 심한 고통을 안겨다준다. 막중한 임무에서 오는 긴장감과 책임감 때문에,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강박감 때문에, 피로로 인한 수면장에 때문에, 도움을 주는 인턴의 불충분한 봉사 때문에 책망을 하기위해서, 내일 열릴 회의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인턴과 술을 마시며, 인턴의 엉덩이를 ‘만졌다’(잡았다)라는 변명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용납되지 않는 공직자의 행동이다.
나는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윤 전 청와대 대변인의 11일 기자회견을 시청했다. 그는 보도된 추행에 대해 부연 설명까지 덧붙이며 당당하게 부인했다. 그의 태도와 어투는 자기내면의 혼란을 감추지 못해 억지를 부리는 모습으로까지 보여 슬프게만 보였다. 이 뒤에 따르는 신문지상의 기사는 ‘진실공방’이니 하며 더욱 중요핵심을 흐리게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추태 그 자체이다. 그리고 본인의 진정성 있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이다. 더구나 문화적 이해를 숙지하지 못해서 라는 변명은 이 사건에서 오용되어서는 안될 사항임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고국에서 신문사에서 근무했었고, 이름을 날렸다는 논객으로서, 고국에서 하루도 멀다하고 보도되는 성추행과 폭력사건에 윤 전 대변인은 무엇을 보고 알고 깨닫고 있었을까.
내가 읽고 있는 ‘참된 일꾼이 되라’는 책에는 “사역자는 능력이나 재능보다 태도와 성품을 먼저 다듬어야 합니다. 바른 자세로 충성할 때 큰 감동과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이 있다.
한 각료가 일전에 대통령의 이북 방문때 북한 지도자와 악수 시에 보여주었던 늠름하고 곧은 인사 태도를 상기하면서 대통령을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를 다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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