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비극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3돌을 맞아 설왕설래가 많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표현으로도 이 비극적인 전쟁의 아픔과 슬픔, 상처와 처참한 비극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점이다.
6.25전쟁으로 우리민족은 많은 것을 잃었다. 고귀한 목숨과 재산, 평화, 그리고 동족 간의 신뢰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아직도 이산가족의 아픔은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흔히 전쟁이전 세대들은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초개(草芥) 같은 목숨을 이어야만 했던 운명의 절박함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그야말로 사선을 넘나드는 긴박함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렵다. 단지 말로써 이해할 뿐 진정 어떤 의미인지는 알지 못한다.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지, 주검이 즐비한 가운데 폭력과 혼돈 만이 지배하는 전쟁터의 모습이 얼마나 인간을 황폐하게 만드는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의 조국은 허리가 동강난 채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눈을 부릅뜨고 있다.
분명히 지금은 정전 중이고 여전히 준 전시상황이다. 다시 말해 6.25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의 위험 속에서도 평화와 통일에의 전진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남한은 4.19혁명과 5.18민중항쟁과 같은 끝없는 투쟁에서 쟁취한 자유와 민주 질서가 정착되고 복지사회를 향한 힘찬 전진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 우리조국의 모습은, 한민족 특유의 기상과 이상, 그리고 강인한 노력과 끈기의 결실인 민주주의와 경제건설을 세계만방에 자랑할 만한 수준으로 비약하는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뒤늦게나마 더 이상 6.25 민족상잔의 비극의 인질이 되어 북한에 대한 삿대질을 계속하는 유치한 정책을 버리고 민족상잔을 민족상생의 반면교훈으로 삼아, 홍익인간의 이상을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복지에 기여하는 지혜를 보여야 할 것이다.
첫째는 전쟁의 재발 방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6·25 전쟁 후 숱한 위기국면이 있었지만 한국은 국민의 단결된 노력과 동맹국의 도움으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전쟁의 재발을 막아왔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동맹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는 든든한 교두보였다. 둘째는 단순히 전쟁 방지만이 아니라 휴전이 진정한 평화로 이어져서 궁극적으로는 통일의 길로 가야 된다.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공동선언 등은 이러한 평화 구축을 위한 한민족의 노력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미래의 보다 더 발전된 선진한국을 만들기 위해 이제는 화해와 협력, 통합의 길로 나가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는 바로 동북아의 평화이고, 그것은 바로 세계의 평화인 것이다.
민족의 밝은 앞날을 향한 전향적인 자세 아래서 보는 6.25는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린 이념의 대결이 빚은 민족사의 참혹한 비극일 뿐이다.
따라서 6.25는 미·소 양극화에 따른 외세의 이념대결에서 ‘새우 등 터진’ 참혹한 역사에 대한 참회의 날이어야 하며, ‘하나의 민족’의 위상을 통해 그 역사의 과오를 청산하기로 다짐하는 날이어야 한다.
수없이 스러져간 호국 영령들의 넋도 민족의 화합과 협력, 그리고 궁극적인 통일을 성취할 때 비로써 진정한 구천(九天)의 영면(永眠) 속에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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