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애나에서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즐기던 8세 소년이 친할머니를 총격 살해하는 충격적 사건<본보 27일 A9면 보도>이 발생한 가운데 폭력성 게임에 노출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문제가 한인사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학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맞벌이 부모가 모두 새벽에 나가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한인 고교생 김 모(16)군은 방학인 요즘 종일 게임에 빠져 산다.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보니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정오를 넘긴 오후에 느지막이 일어나 빵이나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시작한다. 지난 학기에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학교 결석도 많아지고 성적도 곤두박질 쳤다.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40대의 주부 정 모씨 가정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중학생 아들이 게임에 너무 빠져 있음을 알게 된 정 씨는 최근 직장도 휴직했다. 정씨는 “아들이 비디오 게임을 할 때 말을 건네지 못할 정도로 날카롭고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얼마 전에는 밥을 먹자고 해도 오지를 않아 소리를 질렀더니 두 주먹으로 벽을 때려 구멍을 냈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이처럼 맞벌이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들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거나 틴에이저인 경우 홀로 방치돼 비디오 게임 중독증세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무분별한 폭력이 담겨 있는 비디오 게임을 즐길 경우 청소년들은 현실의 삶을 벗어나 가상세계로의 도피를 꿈꾸게 되며 비디오 게임에 열중할수록 더욱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게임을 찾는 중독증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청소년재단 이재민 총무는 “무분별한 폭력을 담고 있는 비디오 게임은 청소년들을 반사회적, 공격적 성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만큼 부모들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며 “비디오 게임에 중독되면 현실과 가상세계를 잘 구분하지 못하므로 자녀들에게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에 대한 명확한 선을 긋는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재단은 올 가을 ‘인터넷 세이프티(Safety)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 및 계몽에 나설 예정이다. 워싱턴가정상담소 모니카 리 카운슬러는 “무조건 하지 말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자녀가 자기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운동, 여가 등 자녀와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생활환경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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