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복수국적법 논란이 ‘삼천포’로 빠지고 있다. 재미 한인의 입장에서 ‘국적이탈’의 문제가 한국에서는 ‘병역 문제’로 치환되고 있는 것이다.
논란에 대한 오심은 워싱턴을 방문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말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박 소장은 지난 31일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 이탈을 제한한 국적법이 청구 요건을 갖춰 본안 심사하게 되면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국내에서 병역기피 등을 둘러싼 갈등이 많았던 만큼 섣불리 결론을 예단할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대니얼 김 씨가 헌법재판소에 낸 국적법의 위헌성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과 관련해 헌재가 청구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이 내려진데 따른 발언이었다. 앞서 미국에서 태어난 김씨는 부모가 영주권자란 이유로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분류돼 서울대 유학이 좌절되자 “관련 조항은 편법적 병역 기피와 원정 출산을 막자는 게 목적이지만 선의의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도 확대 적용되는 문제가 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었다.
박 소장의 발언은 헌재 수장으로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것이긴 하나 본말이 전도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이는 국적법을 대하는 한국과 재미 한인들의 시각 차이를 명백히 드러낸 것이었다.
박 소장의 발언을 감안하면 선천적 복수국적법 논란은 향후 병역기피 차원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병역’을 둘러싼 국민적 정서와 이에 따른 정치적 판단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국적법 논란은 엄밀히 말하면 병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적이탈의 자유에 관한 이슈다. 국적이탈을 못하게 막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병역은 차후 문제다. 대니얼 김 씨도 미국인 신분으로 한국 유학을 못간 것이 포인트였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재외 2세들까지 병역에 방점을 찍고 접근하고 있다.
현 국적법은 남성 복수국적자가 18세가 된 3개월 내까지 자유롭게 국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그 이후부터는 병역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한 국적 이탈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 때문에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만 38세가 되기 전까지는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다. 한국에서 3개월 이상 체류하면 병역의무가 부과된다.
2세들의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들이 만 38세가 될 때까지는 FBI, CIA 같은 미 공직에 진출할 때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는 이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