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프라이데이였던 지난달 29일 리스버그 아웃렛 샤핑센터를 찾은 한인 김 모(45)씨는 양손 가득 백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이날 한국에서 인기 브랜드인 코치 가방을 5개, 폴로셔츠도 10여개 샀다.
김 씨는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로 평소 가격의 60-70%까지 할인된 가격에 사서 많이 절약했다”며 “한국 가족과 친구들의 부탁을 받은 한국에 보낼 물건들”이라고 말했다.
한인 정 모(38)씨는 매년 땡스기빙 이후 한국에서 지인들의 이메일이나 카톡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가슴이 철렁한다. 연말 샤핑 시즌이 되면 한국에 사는 친구들이 배우자나 자녀 선물용 상품을 미국에서 사 보내달라는 부탁이 많기 때문.
정 씨는 “친구들이 어학연수나 유학 경험이 있어 미국에서 연말까지 세일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인터넷 서치로 미국 사는 사람보다 세일정보를 더 잘 안다”며 “부담스럽고 신경이 쓰여도 모처럼 부탁이라 거절하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말 샤핑 시즌을 맞은 많은 한인들이 이처럼 한국 가족이나 친구, 친지들의 끊임없는 ‘구매 대행’ 부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3년째 한국 친구들의 연말 구매대행 부탁을 받고 있다는 김 모(40)씨는 “가족들에게야 선물을 하는 셈 치고 물건을 사서 보내지만 친구 여럿이 구매대행을 요구하면 참 난처하다”며 “부탁을 거절하면 삐죽거리고, 부탁을 들어줘도 고마운 줄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인 여성들의 인터넷 사이트인 ‘미씨 USA’에도 이와 같은 선물 구매 대행 부탁과 관련된 이들의 ‘싫다, 안된다는 소리를 못해 속앓이하는 고민들이 올려져 있다. 한 여성은 “추수감사절 무렵 한국에 사는 시누이가 같은 물건이라도 한국보다 미국이 훨씬 싸니까 물건을 사보내 달라며 상품과 브랜드명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며 “직장과 자녀 양육에 바쁜데 부담”이라고 올렸다.
또 다른 이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물건을 대신사서 보내주는 것도 못 해주느냐는 식으로 인식한다”며 “바쁜 일상에서 부담스럽고 신경 쓰인다. 또 친구들과의 돈거래, 환율 계산도 스트레스”라고 밝혔다. 한편 연말 샤핑시즌 구매 대행 열기는 한인 택배업체에 배송의뢰가 동시에 급증, ‘대목’을 맞게 하고 있다. 애난데일 소재 한진택배 정미경 총괄 매니저는 “연말 세일시즌을 맞아 한국으로 보내는 비타민, 의류, 신발 등 배송 의뢰가 평상시 대비, 거의 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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