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주 ‘캐치 앤드 킬’ 정책에 비난 빗발
▶ 3년간 7명 참변… 관광수입 감소 우려 ‘사냥’ 나서, 환경주의자들 “특정 어종 씨말리기는 자연에 재앙”
바다의 무법자인 상어는 해양생물의 수를 적정수준으로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남반구의 중심부에 놓인 호주의 뜨거운 여름,‘상어 해결사’로 나선 어부가 낚싯줄에 걸린 큼직한 뱀상어(tiger shark)를 백사장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곤 22구경 라이플로 10피트 길이의 뱀상어 머리에 연달아 네 발의 총격을 가했다. 그것으로 그에게 맡겨진 임무의 절반이 끝났다. 나머지는 뒤처리. 그는 길게 늘어진 상어의 사체를 줄로 묶어 보트에 매단 후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거기서 사체를 바다 속으로 던지는 것으로 그의 일은 일단락됐다.
연중 가장 많은 호주인들이 해변을 찾는다는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에 호주 서부지역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였던 지난 1월26일, 이 어부는 지시 받은 대로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주정부의 정책을 충실히 집행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비난의 회오리에 휘말리고 말았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는 황소상어와 ‘조스’로 널리 알려진 그레이트 화이트 등 몸집이 큰 상어들을 잡아 없애는 ‘캐치 앤드 킬’(Catch-and-Kill) 정책을 마련했고 1월26일 첫 전과를 기록했다.
대형 상어의 선택적 ‘제거정책’은 지난 3년간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해변에서 일곱 명의 피서객이 상어의 공격을 받고 숨진데 이어 나왔다.
지난해 11월, 서핑을 즐기던 35세 남성이 일곱 번째 희생자로 기록된 후 주 정부는 수영객들로 붐비는 해변가에서 대형 상어를 완전히 몰아내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낚싯줄과 라이플을 동원한 ‘캐치 앤드 킬’ 정책이 마련됐다.
인명보호가 최우선 목표이지만 이처럼 과격한 조치의 밑바탕에는 주 정부의 예산 가운데 큰 몫을 차지하는 관광수입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해안가에 출몰해 인명을 앗아간 식인 상어는 잔인하기로 악명이 높다. 퍼스에서 수영 중이던 남성을 공격한 백상어는 희생자의 시신을 전혀 남겨두지 않았다. 수색팀이 수거한 것이라곤 훼손된 수영 팬츠가 전부였다. 그야말로 깨끗이 먹어치웠다는 얘기다.
주 정부의 극단적 정책은 피서객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지만 자연보존주의자들의 호들갑스런 반응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상어 지느러미탕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시아인들의 고약스런 입맛으로 가뜩이나 상어가 수난을 당하고 있는 마당에 이처럼 거꾸로 가는 정책을 마련한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의 정부 당국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일부 적극적인 환경보호주의자들은 전문 변호사들과 상담하는 등 필요할 경우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영국의 배우 겸 코미디언인 릭 거바이스와 억만장자 사업가 리처드 브랜손 등 국제적 인지도를 지닌 명사들도 논쟁의 한 복판으로 뛰어들었다. 호주의 저명한 수중촬영 전문가인 발레리 테일러는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주정부를 이끄는 진보당의 콜린 바넷을 겨냥해 “멍청이 중의 멍청이”라는 독설을 날렸다.
남편 론 테일러와 함께 1975년도의 흥행대박 영화 ‘조스’의 수중촬영을 맡아 주가를 높였던 발레리(78)는 “주 정부 당국자들이 식인상어를 골라 죽이는 게 아니라 몸집이 큰 상어들을 모조리 잡아 죽이려는 어리석을 짓을 저지르고 있다”고 혀를 찼다. 옥석을 가리지 않은 채 죄 없는 상어들까지 한 묶음으로 싸잡아 도태시키려 든다는 지적이다.
그녀는 ‘잡아 죽이기’ 정책의 ‘첫 희생자’가 된 뱀상어는 모든 종류의 상어 가운데 가장 유순하고 점잖은 부류에 속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해안이 긴 오스트레일리아는 상어들이 자주 출몰한다. 이에 따라 중앙 정부는 시드니 동부의 유명 해변인 본디 비치에 대형 어망을 둘러쳤다. 하지만 어망도 잡음을 일으키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뉴 사우스 웨일즈에 설치한 어망에 두 마리의 혹등고래와 두 마리의 바다거북이 걸려 숨진 채 발견되자 자연보호주의자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주는 일반적으로 해안가에 그물을 치지 않는다. 대신 항공기를 이용한 정찰과 도보순찰을 통해 상어의 출몰을 감시하고, 발견 즉시 피서객들에게 경고를 발령한다. 또한 전자 추적장비를 달아놓은 일부 상어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트위터로 알리는 경보시스템도 가동한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의 해양자원부는 무선 트랜스폰더를 부착한 338마리의 상어를 지켜보고 있다.
해변가 해저에 설치된 320개의 모니터는 전자 추적장치가 달린 상어가 반경 750야드 안쪽으로 들어올 때마다 ‘수리 라이프 세이빙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의 트위트 계장에 경고를 띄운다. 수리 라이프 세이빙은 주 정부 관할 해안가에 구조원을 배치시키는 영리단체다.
이곳의 대변인 맥클레인 브루스는 “약 3만1,000명의 팔로워들이 트위터를 통해 서프 컨디션과 순찰원이 배치된 해변, 상어 목격 여부 등에 관해 정보를 교환한다”고 말했다. 상어 방어장치가 적절히 가동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주 총리인 바넷은 “인구 증가와 오지 해변에 대한 접근 확대 등으로 인해 치명적인 상어 공격 빈도가 늘어났다”며 “지난 13년 전 이전의 100년간 희생자는 13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이버, 수영객, 가족단위 피서객 등 위험스런 상어로부터 보호를 받기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잡아 죽이기’ 정책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터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상어 공포’로 연간 75억달러에 달하는 관광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도 주 정부의 강경조치에 힘을 보탰다.
오는 4월까지 지속되는 이 정책은 백사장에서 반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서 잡힌 9피트10인치 이상의 상어가 대상이다.
이에 맞서 자연보조주의자들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의 ‘캐치 앤 킬’ 정책은 형편없는 근시안적 조치라고 꼬집었다.
일본의 포경활동 반대시위로 유명한 해양동물 보호그룹 ‘시셰퍼드 오스트레일리아’의 제프 한센 전무는 “비다의 최상위 사냥꾼인 상어는 그들의 먹이 규모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병들고 약하며 상처를 입은 해양생물을 제거해 준다고 설명했다.
한센은 “상어를 제거하면 다른 무엇보다 노랑가오리가 번성할 것이고, 이는 어패류의 감소로 이어진다”며 “다른 어종에 영향을 주지 않은 채 단 하나의 특정 어종만을 손대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96년 이후 자연상태에서 서식하는 백상어의 수가 크게 감소, 멸종위험에 처했고 뱀 상어와 황소 상어도 이와 유사한 상태를 향해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라질도 호주의 주 정부와 비슷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으나 해변 인근에서 낚싯줄에 걸린 상어를 죽이는 대신 이들에게 전자추적 장치를 부착시켜 먼 바다로 방출한다.
그러나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는 포획한 상어를 먼 바다로 실어 나르려면 해안에서 상어 순찰선을 빼야 할 뿐 아니라 공들여 방출한 상어가 다시 해변 근처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며 ‘브라질 방식’을 채택할 계획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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