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올리브농장 속속 생겨… 신농법으로 생산성·가격경쟁력 높여
▶ 전통의 유럽산 제품들과 치열한 경쟁 / 미국, 세계 3위의 올리브오일 소비국
캘리포니아 올리브 랜치에서 수확된 올리브 열매들이 곤돌라에 적재되고 있다.
쌀과 알몬드, 그리고 월넛이 주산지인 새크라멘토 밸리 한편에 수평선을 향해 광활하게 올리브 나무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이곳은 1,700에이커에 달하는 캘리포니아 올리브 랜치로 이 회사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는 신생 업체이다.
미국은 전 세계 3위의 올리브 오일 소비국이다. 지난 해 미국인들이 소비한 올리브 오일은 무려 29만3,000 메트릭 톤에 달한다. 하지만 이 올리브 오일 대부분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것들이다. 정부의 보조를 많이 받는 외국 경쟁자들과 경쟁하기 힘든 미국 생산업자들은 고급 오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올리브 랜치는 이것을 바꾸려 하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이 회사는 미국에서 가장 큰 올리브 오일 생산업체가 됐다. 특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사각 병에 담긴 오일은 월마트와 홀푸즈 등 마켓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또 캘리포니아 피자 키친 같은 대형 식당 체인에도 납품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유럽의 오래된 업체들에 전혀 존경심을 보이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일부 외국산 제품의 품질을 깎아 내리기도 했으며 연방정부에 수입제한 압력을 넣고 있기도 하다. 업계 간행물인 올리브 오일 타임스의 책임자는 “이 업체는 업계를 뒤집어 놓고 있다. 올리브 오일 시장은 오랫동안 유럽이 지배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산 오일에는 약간의 반전이 있다. 이 업체의 소유주는 캘리포니아 농부들이 아니라 부유한 스페인의 가문이다. 이 가운데는 농업제국을 전 세계로 확장하려는 카탈루나의 수마로카 가문이 있다. 이 그룹은 거금을 들여 캘리포니아 농지 4,000에이커를 사들였으며 60개의 올리브 재배 농가와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새크라멘토 90마일 북쪽의 아투아에 첨단 시설의 올리브 농장을 세운 것이다. 미국에서 올리브 오일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아그로밀로라’로 불리는 초대형 플랜트 너서리의 경영자인 카를로스 수마로카는 바르셀로나에서의 전화 통화를 통해 캘리포니아에서 와인이 성공했듯 올리브 오일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캘리포니아는 오랫동안 와인 수입지였지만 수십년 전부터 캘리포니아의 와인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올리브 오일도 비슷한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캘리포니아의 기후와 토양은 올리브 재배에 최적이라고 덧붙였다.
수마로타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은 캘리포니아뿐이 아니다. 캘리포니아 그리들리에 올리브 나무 너서리를 세운 아그로밀로라는 호주와 칠레, 터키 등지에서도 이런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지역들은 올리브가 잘 자라는 지중해성 기후 국가들이다. 한 해 54억달러에 달하는 올리브 오일 시장의 수요를 따라 잡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지난 20년 사이에 올리브 오일 소비량이 세배나 늘어난 캘리포니아보다 더 전망이 좋은 곳은 없다. 미국 내 생산업자들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생산량을 무려 10배나 늘려왔다. 현 생산량은 1만 메트릭 톤이다. 특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의 수요가 많다. 올리브를 짜거나 으깨서 만드는 순도 100%의 이 오일은 최고 등급이다. 산도가 낮고 화학물질이나 첨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추세의 선봉에 캘리포니아 올리브 랜치가 있다 이 회사는 ‘수퍼 하이 덴서티’(SHD) 파밍이라는 최신 경작법을 사용한다. 에이커 당 125그루를 심는 전통 방식과 달리 SHD는 최고 675그루까지 심은 후 가지치기 등을 통해 나무들이 거대한 격자 형태의 울타리로 얽히도록 만든다. 업자들은 특별하게 고안된 기계를 이용해 올리브 나무들을 흔들어 열매들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수확한다. 이 방식은 비용이 저렴하고 빠르며 에이커 당 올리브 오일 생산량을 크게 높여준다고 캘리포니아 올리브 랜치의 대표인 그렉 켈리는 설명한다.
전직 테크놀러지 기업 중역 출신인 켈리는 구세계의 올리브 오일에 대해 설명할 때 짜증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올리브 오일 대부분은 열매을 따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품질이 좋지 않다”며 많은 인기 있는 올리브 오일을 ‘영광이 덧 씌어진 야채 오일’이라고 비유했다.
500밀리리터짜리 캘리포니아 올 리브 랜치 제품은 최근 로즈미드 월마트에서 7달러58센트에 팔리고 있었다. 베르톨리(6달러74센트)나 카라펠리(7달러24센트) 같은 인기 수입제품들보다 약간 비싼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 올리브 랜치 제품은 신선도와 가격 대비 가치 면에서 괜찮다고 평가한다. 한 전문가는 “이 회사는 세계 최고 품질의 올리브 오일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들은 콜라비타, 오야, 필립포 베리오, 베르톨리 같은 제품들과 수퍼마켓에서 경쟁할 수 있는 가격의 고급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생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 농장에서 수확된 올리브 열매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곤돌라로 불리는 저장 차량으로 옮겨진 후 바로 랜치 내 가공 공장으로 운반됐다. 열매들에서는 곧바로 오일이 추출돼 병에 담겼다. 채 두 시간도 걸리지 않는 과정이었다. 생산 책임자인 짐 리프맨은 “가장 맛좋은 오일을 생산해 내는 데는 속도가 관건”이라며 “올리브 오일은 시간이 흘러야 숙성되는 와인과 다르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생산업자들이 속성으로 돈을 벌려고 하면서 올리브 오일의 품질은 업계의 과제가 됐다. 한 전문가는 지난 2011년 발간한 책을 통해 일부 유럽산 엑스트라 올리브 오일들이 싸구려 야채 오일을 섞거나 낮은 품질을 감추기 위해 색소를 사용하는 등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해 10월 유럽의회의 한 소위원회는 올리브 오일의 사기 위험이 생선이나 오개닉 푸드보다 더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올리브 오일 수입업자들은 부정적인 보도가 제품들의 이미지를 손상하고 있다며 반발한다. 뉴욕의 한 수입업자는 “수입제품들을 악당화 하려는 광범위한 음모”라고 비판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관련규정의 미흡함이다. 미국에서는 품질에 관계없이 어떤 제품이든 엑스트라 버진 오일이라는 상표를 붙일 수 있다. 연방 농무부는 지난 2010년부터 자발적인 엑스트라 버진 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후 캘리포니아 올리브 랜치는 수입품 규제를 위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고른 엑스트라 버진 상표의 수입품들 가운데 절반이 잘못된 상표가 붙은 것이라는 내용의 UC데이비스 연구 2건에 소요된 비용의 절반을 댔다. 이 연구보고서가 유럽으로부터 강력한 비판과 반발을 샀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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