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스본 해변에서 6명 집단 익사사고 계기, 우후죽순 사립대학서 소속감 높이려 성행
▶ 참여 거부하면 왕따 압박 수위 강화로 위험성 대두
신입생 신고식으로 6명의 학생들이 익사한 루소포나 대학의 학생들이 지난달 추모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비극 발생은 충격이지만 여전히 신고식 제도는 지지한다는 이들이 입은 검은 겉옷은 루소포나의 전통적 신고식 의상이다.
포르투갈에서 신입생 신고식에 참석한 대학생 6명이 해변에서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 ‘신고식’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전국에서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해 12월 26일 포르투갈 리스본 남부의 메쿠 해변에서 조깅하던 주민이 페드루 네그랑(24)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점화 되었다. 경찰은 이 사고의 정확한 발생경위에 대한 수사를 끝내지 못한 상태이지만 익사자가 6명으로 늘어나면서 전국은 충격적인‘신고식’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아직은 아무도 체포되지 않았다. 이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인 주앙 고베이아도 정신과 치료를 받느라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숨진 네그랑이 시신으로 발견되기 11일 전 부모에게 자신이 다니는 루소포나 대학의 신입생 신고식을 준비하기 위해 메쿠 해변의 한 집을 빌려 그곳에서 동료 학생을 만나기로 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디어를 통한 신고식의 정황도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민간방송인 TVI는 최근 메쿠 해변의 비극을 재구성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 프로에 의하면 당시 학생들은 서로의 손목을 묶은 채 바다를 등지고 한 줄로 서서 신고식의 리더가 묻는 질문에 정답을 말하지 못할 때마다 뒷걸음질 쳐서 물 에 빠지는 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TVI의 아나 리얼 기자는 겨울밤에 바다에 뛰어드는 이 무모한 행위도 루소포나 대학에선 ‘그저 평범한 게임’ 정도로 간주되었다고 전했다.
루소포나 대학 당국은 대변인의 이메일을 통해 현재로서는 문제의 사건과 학교를 잇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TVI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순전히 미디어의 추정”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사고는 루소포나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신고식을 둘러싼 열띤 찬반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일부는 신고식이 학생들 간 연대감을 높인다는 면에서 찬성 의견을 내놓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신고식이 점차 위험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립 노바대학 학장을 역임한 호세 미구엘 칼다스 드 알메이다 정신과 교수는 “많은 대학들, 특히 사립대학들의 질이 너무 낮은 상태여서 이를 보상할만한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려고 필사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포르투갈의 대학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과도한 신고식 성행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1970년대 독재정권이 종식된 이후 포르투갈에선 대학 진학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8~24세 연령층 젊은이들 중 대학생 인구는 1974년 9%에서 현재는 70%로 대폭 늘어났다. 급증한 수요와 함께 사립대학 설립이 붐을 이루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대학들의 질이 좋을 리가 없었다. 포르투갈 대학은 2013년 샹하이 세계대학랭킹 상위 300개교 안에 단 한곳도 오르지 못했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유서 깊은 공립대학은 1290년에 설립된 코임브라 대학이고 코임브라의 오래된 전통 중 하나가 바로 신입생 신고식이다. 역사가 없는 사립대학들이 코임브라의 ‘유산’을 모방하려는 절박한 노력 중 하나가 신고식인 셈이다.
미국의 대학들과 달리 포르투갈 대학들의 신고식은 프래터니티나 소로리티 등 대학사교클럽에 한하지 않는다. 전 신입생들이 첫 해에 치러야할 의식의 하나로 정착해왔다. 학생들의 소속감을 높인다는 의미에서 지지의 폭도 넓지만 점차 그 강도가 높아지면서 부작용도 생기고 위험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늘어났다.
알메이다 교수는 요즘 대학의 신고식이 “내가 아프리카에서 군의관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목격한 신고식보다 더 난폭해졌다”고 개탄했다.
리스본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여대생 다이아나 안투네스는 신입생시절 신고식 참여를 거부했다가 왕따 당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성행위 흉내를 내보라거나 남학생의 무릎의 요구르트를 핥아먹으라는 지시를 하는 신고식에 응할 수가 없었다면서 정부가 신고식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녀의 부모가 당시 모의 성행위 등을 요구한 신고식에 대해 대학당국에 신고했지만 어떤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다.
신고식에 대한 찬반은 팽팽히 갈리고 있다. 익사사건 이후 반대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지만 지지하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루소포나 대학의 학생들도 신고식이 “학생들 간의 서먹함을 없애주고 전국 곳곳에서 모여든 학생들을 하나의 가족으로 묶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면서 그 결과로 “신입생의 정체성과 소속감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두둔했다.
포르투갈 정부도 교육부장관 등이 대학 관계자들과 신고식 대처방법을 논의 중인데 파울라 다 크루즈 법무장관은 “금지가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6명 익사학생들의 가족은 변호사를 선임, 대응책을 강구 중이나 법정 일정을 3~4개월이 지나야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중 한명인 네그랑의 아버지는 자신들의 목적은 아들의 죽음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를 밝히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진실이지 신고식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신고식이 내 아들 페드로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을 기쁘게 했던 것을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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