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비만 1300억…간부 위한 편의시설 전락 우려
▶ ’객실 196실로는 운영수익 절대 못내…혈세 낭비’
육군이 용산역 인근 ‘용사의 집’ 부지에 1300억원을 들여 군 간부들을 위한 30층 규모의 육군호텔을 짓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체 객실 196실 중 간부용은 177실인 반면 일반 병사를 위한 객실은 19실(10.3%)에 불과하다.
육군은 일반 병사들의 경우 모든 객실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병사용이 아닌 경우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또 간부들이 주로 사용하는 일반 객실을 병사들이 기피할 가능성이 높아 허울뿐인 대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군인 복지를 위한다면서 거액을 들여 현역 간부들과 예비역들을 위한 숙박시설만 대규모로 확보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30층 높이의 고층 건물이라면 수익성을 따져 층별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사실상 탁상공론만으로 용도를 짜 또 다른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용산에 육군호텔을 지으면 장병들에게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병사들은 숙박시설 전체를 쓸 수 있고 3개 층은 병사 전용이라 장병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육군에 따르면 1969년에 건립된 ‘용사의 집’은 2012년 건물 안전도 검사에서 C등급을 받을 정도로 매우 낡아 재건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육군은 같은 자리에 지상 30층 지하 7층에 연면적 4만1709㎡의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내년에 착공해 2017년 완공할 예정이다. 주요 시설로는 객실(196실), 연회장(6곳), 웨딩홀(3곳)에 컨벤션센터와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층별로는 1~2층에 로비와 판매시설이 들어서고 3~4층은 웨딩홀, 5~10층은 연회장과 컨벤션홀로 지어진다. 11층은 건물 관리를 위한 업무시설, 12~14층은 하루 숙박비 1만원의 병사 전용 객실(19실)과 편의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15~29층에도 객실(177)이 들어서는데 장교와 간부, 예비역 등이 사용한다. 30층은 스카이라운지로 꾸밀 계획이다.
이 건물을 짓는데 들어가는 돈은 육군이 10년간 적립한 군인복지기금 1297억원이다. 군인복지기금은 군 골프장 이용 수익과 복지시설 수익금 등을 모은 것이다. 앞으로 예산은 내년에 80억원, 2016년 528억원, 2017년 689억원이 들어간다.
문제는 이미 대상 부지 주변인 용산 관광버스터미널 부지에 대우건설이 지상 39층에 1730실 규모의 초대형 호텔을 짓고 있다는 점이다. 육군이 177실의 객실에 민간인 사용을 허용해 수익을 내겠다고 해도 불가능한 구조라는 말이다.
웨딩홀이나 컨벤션센터와 같은 시설들도 수익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부지 반경 2㎞ 이내에 있는 국방컨벤션센터에 예식장과 연회장이 운영되고 있다. 기존 시설과 중복되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특히 30층 높이의 건물이 들어설 경우 건물 운영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뾰족한 대책도 없이 기존 용사의 집이 낡아서 쓸 수 없다는 이유를 호텔 건립의 근거로 제시해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호텔 운영수익을 내기 위한 최소 객실을 300실로 본다. 그것보다 적으면 운영이익보다 관리비가 더 많이 들어가는 구조다"며 "호텔 수준의 객실일 경우와 좋은 입지 조건 등에 따라 (필요한 관리비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건물 운영에 필요한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육군호텔이 운영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 속에서 건립이 강행된다면 유지비를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반 병사들의 복지가 아닌 간부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위해 혈세를 또 다시 퍼붓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굴지의 호텔 개발·운영업체 고위 관계자는 "4만1709㎡ 규모 호텔이라면 서울 시내의 경우 연 매출이 500~600억원 가량이고 이중 70~75%가 운영비로 나간다. 순이익은 많아야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육군호텔의 경우) 연회장과 웨딩홀, 컨벤션센터 등 부대시설이 다수여서 순이익은커녕 리스크가 매우 크다. 이것은 호텔이 중심이 아니라 부대시설을 짓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인에게 객실을 팔지 않고 군인들이 저렴하게 이용하는 용도로 운영한다면 리스크는 더 커진다"며 "웨딩홀이나 연회장을 운영하는 것 역시 상당히 큰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KDIA에 의뢰해 사전 사업타당성 조사를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벌였다"며 "결과는 비용대비 편익(B/C)이 1.09로 경제적인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민간 전문가와 군 관계자들로 자문단을 꾸려 건물 사용 계획과 객실 용도와 같은 구체적인 운영 방침들을 결정지을 계획"이라며 "아직 사업 승인도 받지 않은 만큼 사병들의 복지를 위한 내용들도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병사들의 복지를 확충하는 데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면 예산 편성 등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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