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의자 명문대 출신 부유한 영국 금융인
▶ 가난한 희생자들, 낮엔 가정부 밤엔 매춘부
명문 캠브리지를 졸업한 금융인 루릭 조지 케이턴 저팅(사진)은 2013년 런던에서 홍콩으로 왔다. 이력서에 아시아에서의 금융계 경력을 추가하기 위해 홍콩에 도착하는 젊은 이들은 매년 수천명에 달한다. 대부분이 남성으로 비싼 럭셔리 고층 마파트에 거주하며 밤에는 화려한 술집에 드나들고 주말엔 회원전용 테니스나 요트클럽에서 사교생활을 즐긴다.
세냉 무지아시(29)와 수마르티 닝시(23),두 여성이 홍콩으로 온 것도 보다 나은 삶을 찾아서다. 인도네시아의 가난한 농촌 출신인 그들 같은 외국인 가정부가 홍콩엔 30만명이 넘는다. 대부분 동남아 여성들로 집 청소하고 아이들과 노인들 돌보며 하루 17시간씩 주 6일 일해도 월수입은 530달러 정도다.
이 두 세계가 홍콩의 완차이 지역 유흥가, 네온이 번쩍이는 바에서 마주친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었다. 전•현직 가정부인 동양 여성들이 외국인 남성들에게 바가지 요금으로 드렁크와 때로는 은밀한 섹스를 팔아 부수입을 올리는 곳이다.
그러나 이 두 세계의 조우는 저팅의 아파트에서 끔찍한 비극을 초래했다. 지난 11월1일 새벽,목과 둔부를 흉기에 찔린 세냉의 시신이 경찰에 의해 발견되었다. 몇 시간 뒤엔 수마르티도 여행가방에 담긴 부패한 시신으로 저팅의 아파트 발코니에서 발견되었다. 경찰은 수마르티가 10월27일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에 전화로 신고한 것은 저팅 자신이었다: 2건의 살인혐의로 체포된 그는 정신이상 여부를 감정 받고 있는 중인데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이 구체적 사항을 밝히지 않아 저팅이 피해 여성들을 어떻게 만났는지,그들의 관계와 살해 동기 등에 관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다. 그러나 친구와 친척,지인 등 주변 인터뷰와 용의자 및 피해자들의 온라인 기록들에서 흘러나온 정보들이 합해지면서 이 금융도시의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한 측면이 그 민낯을 드러내고있다.
가혹한 노동규정에 발목잡혀 2류 시민으로 전락된 채 고국의 가족을 부양하려고 몸부림치는 가난한 이민 여성들과 흥청망청 쓸 수 있는 넉녁한 돈과 젊은 동양여성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가졌던 금융인의 스토리다.
세냉은 자바어로‘행복’을 의미한다. 가족들에게 행복을 주기 원했던 세냉은 석 달마다 고향으로 돈을 보냈다 집 짓는데도 보태고 어머니의 당뇨병 약도 사고 칩대도 사라고 했다. 홍콩에서 세넹은 낮엔 가정부로 밤엔 매춘부로 일했다. 뉴 마카티라는 바에서 남자손님들에게 술시중을 들면 바쁜 날엔 하루 100달러까지 벌 수 있었고 섹스는 250달러 이상도 받았다.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는 세냉의 여러 사진 중엔 머리 두건까지 착용한 무슬림 의상으로 감싼 모습도 있었다. 가정부 봉급으로는 식사와 방값 내기에도 빠듯해 집으로 송금할 수가 없어 완차이의 바에서 밤에 일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전한 한 친구는“우리도 언제까지 이렇게 사는 걸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마르티 역시 세냉처럼 고국의 가족들에겐 가장이였다. 특히 그녀는 고국에 남겨둔 5세짜리 아들 부양을 위해 매달 300달러씩 송금해 왔다. 13세에 학교를 중퇴한 그녀는 관광비자로 홍롱에 건너와 일했는데 11월3일에 자카르타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2010년 런던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랄린치 파생상품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던 저팅은 1년여 전부터 홍롱에서 근무해 왔다. 열심히 일했으며 실력도 인정받고 있었다고 동료들은 전한다. 주말엔 동남아 주변국을 즐겨 여행하기도 했다.
근무경력 4년의 그는 60만에서 80만달러의 연봉을 받았을 것이라고 한 관련 뱅커는 전했다 세냉과 수마 르티가 가정부로 100년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액수다. 그들의 빈약한 벌이는 그들의 고향인 또 다른 세계에선 상당한 것이다. 이웃의 농사를 돕는 수마르티 아버지의 하루벌이는 2달러,아버지 소유 작은 논의 년 수확은 400달러에 불과하다.
홍콩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가 세계에서도 가장 큰 곳 중 하나로 꼽힌다. 가난한 외국인에겐 법도 가혹하다. 저팅같은 비즈니스맨은 최상위에 속하고 세녕과 수마르티는 맨 밑바닥에 속한다. 비즈니스맨은 7년 이상 거주하면 홍콩 영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지지만 가정부는 신청조차 할 수 없다. 시간당 3달러 87센트인 홍콩의 최저임금도 이들에겐 해당되지 않으며 가정부로 일하다 해고당하면 14일 내에 홍콩을 떠나야 한다. 세냉과 수마르티가 어떻게 완차이의 유흥가로부터 걸어서 4분 거리에 있는 31층짜리 고층 빌딩인 저팅의 아파트에 가게 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세냉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바에서 마지막으로 퇴근하던 무렵인 10월31일 밤 저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지막 글을 남겼다. "돈은 행복을 살 수 있다…”지난 11월9일 홍콩의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두 피해여성의 추모 모임엔 약 200명이 참석했다. 대부분 인도네시아 여성들이었다. 세냉과 수마르티의 사진 앞엔 하얀 장마다발이 놓였고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은 신분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외과수 술용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무슬림 성직자 무하마드 파이살 프르다우스가 기도와 설교를 했다.“ 그들은 매춘부로 비난을 받고 았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들이 왜 그런일을 해야 했는지는 모릅니다. 그들을 인간으로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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