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로 이미 미국 대통령 선거 분위기는 뜨거워 졌다. 민주, 공화 양당 후보 누구도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어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일방적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없으므로. 길고도 험난한 과정을 거쳐 올해도 어김없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탄생할 것이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지, 정치판의 이단아가 대권을 쥐는 이변이 나올 지, 지금 시작하지만 11월에야 끝나는 여정이다. 미국 대통령은 전세계 곳곳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항상 글로벌 리더의 위치에 선다. 대통령이 그 나라의 상징이 되는 나라, 미국엔 있고 한국에 없는 것 중 하나가 대통령의 날이다. 2월 22일 초대 조지 워싱턴 탄생일을 기념해 1885년 연방공휴일로 정했고 1976년 부터 링컨의 탄생일도 함께 기릴 겸 아예 2월 셋째주 월요일을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을 기리는 대통령의 날로 정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장에 담긴 독수리의 오른쪽 발톱에는 올리브 나뭇가지가, 왼쪽 발톱에는 13개의 화살이 쥐어져 있다. 머리는 오른쪽을 향하고 있다. 미 합중국 문장의 디자인도 같다. 그런데 이 독수리가 미국이 전시일 때는 화살을 쥔 방향으로 머리를 돌린다는 설이 있었다.
‘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작가 댄 브라운의 소설 ‘디셉션 포인트’를 읽은 독자라면 이를 사실로 굳게 믿게 되어 있다.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 바닥 카펫에 새겨진 대통령 문장의 독수리 머리가 평화시에는 올리브 쪽을, 전시에는 화살 쪽을 향하는 상황이 묘사되고 있는데 실제로 알고 봤더니 백악관 창고에 두개의 카펫이 있으며 백악관 직원이 상황에 따라 밤 사이에 이를 교체한다는 내용의 허구다. 트루먼 대통령 시절 미국을 방문한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도 독수리 머리가 좌우로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렇게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 실제로 1차 세계 대전을 치른 우드로 윌슨 대통령 시절 채택한 대통령 문장의 독수리 머리는 화살 쪽을 향해 있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현재까지 머리는 올리브 쪽으로 고정되어 있다. 이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자 백악관 큐레이터가 나서서 전쟁 중에도 독수리 머리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고 공식 답변을 하기에 이른다.
미국 대통령과 관련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중에는 초대 워싱턴 대통령이 3선 개헌을 해서라도 4년 더 미국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위의 요청에도 전례를 남겨서는 안된다며 물러섰다는 일화다. 그러나 연임 제한을 둔 현행 임기는 워싱턴 훨씬 이후인 1951년 수정헌법을 통해 채택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4번을 연임한 것도 2차 세계대전이라는 특수상황 때문만이 아니었다. 당시로서는 헌법이 허용했던 것이다. 44명의 대통령 중에는 임기 1개월 만에 사망한 이도 있고 선거가 아닌 승계로 그 자리에 오른 이도 딱 한명(제럴드 포드) 있다. 테쿰세의 저주는 아메리칸 인디언이 내리는 것으로 20년에 한번씩0으로 끝나는 해에 당선된 대통령은 임기중 사망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1840년 부터 1960년까지 해당 연도에 당선된 대통령은 모두 임기 중 사망했다. 1980년 당선된 레이건은 피격됐으나 죽음은 면했고 2000년 당선된 조지 W. 부시는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 새 밀레니엄을 맞아 저주가 풀린 모양이다.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수많은 일화, 설과 음모론은 이 자리의 비중을 반영한다. 세계의 변화를 이끌어 왔으면서 좀체로 변하지 않는 권위가 미국 대통령의 위치다. 미국 대선 레이스가 한창인 지금 맞는 대통령의 날(올해는 2월15일)에 그런 리더를 뽑는 작업을 우리가 하고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의미가 더욱 심장하지 않을까.
<
도태환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