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부 지원 줄고 기부문화 없어 후원금 모금 안간힘
▶ 뉴욕 등지에 전초기지 두고 펀드레이징 활발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 뮤지엄의 내부. ‘프라도 뮤지엄의 친구들’ 재단이 지난 해 500만달러를 모금해주었다.
유럽의 미술관들이 미국인들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미국의 뮤지엄들은 세법의 혜택도 받지만 개인 기부자들과 잘 훈련된 개발담당 직원들에 의해 유지된다. 하지만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보통 정부가 뮤지엄을 지원하기 때문에 그런 문화가 거의 형성돼있지 않다.
영국의 테이트 뮤지엄을 위해 미국 내 모금을 맡고 있는 테이트 아메리카스 파운데이션의 디렉터 리처드 해밀턴은 “미국처럼 기증 문화가 형성돼있지 않다”고 전하고 “사람들은 뮤지엄보다는 개와 고양이에게 유산 남기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상황이 변하고 있다. 유럽 각국의 정부들이 박물관 지원 예산을 줄이기 시작하자 뮤지엄들은 미국을 모델 삼아 점점 더 적극적으로 개인 후원자들과 기업들에게 도네이션을 요청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자국민들에게뿐 아니라 유럽의 미술관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에게서도 후원받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공공 지원금에서 개인들의 펀딩으로 전환하면서 미국인들의 사정에 점점 더 밝아지고 있다”고 엘레나 E. 포티나토스는 말한다. 미국 내에서 유럽과 아프리카의 비영리단체들을 돕기 위해 모금사업을 하는 킹 보두엥 미국재단(King Baudouin Foundation United States)의 부 디렉터인 그녀는 “유럽의 재정 긴축이 더 심해지면서 미국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펀드레이징이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부 대형 문화기관들은 오래전부터 미국에 전초기지를 두고 있고, 다른 곳들은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상태다.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은 2만9,000명의 회원을 가진 ‘프라도 뮤지엄의 친구들’ 재단이 지난 해 500만달러를 모금해주었다. 이런 서포트 그룹은 매우 중요하다. 2006년에 프라도는 예산의 64.9%를 정부로부터 받았으나 지난 해 총 3,850만유로의 예산에서 정부 지원은 32.4%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프라도는 올해 ‘프라도의 미국친구들’(American Friends of the Prado)이란 웹사이트와 비영리단체를 개설하고 미국인 기부자들이 정부로부터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1998년부터 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미국인 크리스틴 시몬스는 “수많은 미국인들이 프라도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프라도의 미국친구들’ 재단의 이사인 그녀에 따르면 지난해 260만명의 방문객 중 20만명이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네덜란드에서는 10년 재단장 공사를 거쳐 새로 문을 연 암스테르담의 릭스뮤지엄(Rijksmuseum)의 정부 지원금이 2012년 70%에서 지난해 40%로 떨어지고 말았다. 릭스뮤지엄은 올해 중세시대 기도화 컬렉션인 ‘작은 경이들’(Small Wonders)을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대여할 예정인데 이런 대여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고 공고하게 구축해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유럽인들은 미국인들로부터 펀드레이징에 관해 한수 배우고 싶어한다. 이번 달 뉴욕에서는 ‘미국 펀드레이징 모델의 예술과 과학’이란 제목으로 킹 보두엥 재단의 연례 봄 세미나가 열릴 예정인데 여기에는 유럽 38개 기관의 대표들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불과 3년전 이 세미나에는 25개 기관이 참여했었다. 휘트니 미국미술관에서의 칵테일로 시작되는 이 행사에는 프라도와 릭스뮤지엄은 물론 아테네와 로마의 베나키 뮤지엄, 이탈리아의 폼페이 프로젝트와 파이스툼의 고고유적 공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내부. 2009년 창설된 ‘오르세의 미국친구들’은 1년에 100~150만달러를 모금해 지원한다.
때때로 도네이션 모금운동은 특정기관이 아니라 열정적인 미술관 애호가들에 의해 시작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 팬들은 2009년 ‘오르세의 미국친구들’(American Friends of the Orsay)을 창설했다. 회장을 맡고 있는 피터와 수잔 솔로몬 부부는 1년에 100만 내지 150만달러를 모금한다고 말한다. 이 기관은 미국인들이 돈이나 미술품을 기증하면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법 조항의 501(c)(3) 항목은 살아있는 사람이 자기 수입의 50%를 넘지 않는 현금 선물을 했을 경우 세금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선물이 해외 자선단체를 위한 미술품일 경우 미국 자선단체는 그 선물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령자에게 전해질지 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오르세의 미국친구들’같은 수령자는 선물을 몇 년동안 홀드하고 있을 수도 있다. 반면 사망한 미국인이 유언으로 남긴 유증은 해외 단체로 직접 갈 수 있다. 이 경우도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그 미술품의 가치를 산정하는 일은 무척이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얼마나 많은 돈을 모았는가에 관계없이 그런 단체들은 후원금의 사용처에 대해 까다로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르세의 미국친구들’은 자신들이 모금한 돈이 미술관 직원들의 봉급으로 나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런 비용은 정부에서 나와야 한다. 우리는 일상적인 관리유지비는 지원하지 않는다”고 솔로몬 회장은 말한다. 그러나 뮤지엄이 귀스타브 쿠르베의 그림을 청소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금한 15만달러에 대해서 매칭해 주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후원을 받는 기관도 간혹 있다. 예루살렘에 있는 51년 역사의 이스라엘 뮤지엄은 미술품과 고고 유적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는데 2억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받고 있다. 국제적인 후원 그룹에 의해 창설된 이 뮤지엄은 운영비의 반 이상이 국제적인 후원에 의해 충당된다. 제임스 스나이더 관장은 “우리는 국가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은 버젯의 15%에 머무는 정도이며 그것도 보장된 할당예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의 테이트 모던 뮤지엄의 후원단체 ‘테이트 아메리카스’는 오래 전부터 미국인 대상 펀드레이징을 해왔다. 지금까지 3억달러를 모금, 국제사회의 모델로 꼽히고 있다.
영국은 오랫동안 미국인 대상의 펀드레이징을 활발하게 해왔다. 1989년 500만달러의 선물로 시작된 ‘테이트 아메리카스’(The Tate Americas)는 지금까지 3억달러를 모금했고, 미국을 모델로 국제사회에서의 모금에서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고 리처드 해밀턴 디렉터는 말했다.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예술기관들은 재정 마련을 위해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은 2002년에 프랑스 정부로부터 버젯의 57%를 지급받았는데 2014년에는 50%로 줄었다.
프랑스에서는 개인보다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얻어내는 것이 더 쉽다고 ‘루브르의 미국친구들’ 창립자 수 데빈은 말한다.
2002년에 크리스토퍼 포브스와 함께 이 단체를 만든 그녀는 “프랑스 정부는 기업들에게 상당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데 반해 개인들에 대한 인센티브는 훨씬 적다”고 말하고 그 때문에 개인들은 자신들의 세금으로 그런 기관이 운영되고 있으니 두 번 돈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유럽의 미술관들이 미국인 부자들의 돈 지갑을 바라보고 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사진 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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