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아직도 때묻지 않은 순수한 열여덟 살 소녀이고 싶은데, 흐르는 세월의 강에 떠밀려 어느새 중년을 넘어 노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하루하루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두고 싶을 만큼 아쉽고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얼굴에 배어 나오기에 이제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져야 할 때다.
1972년 12월 미국 이민길에 오른 나, 2016년 12월을 맞으며 지나쳐간 44년의 세월의 흔적을 더듬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민초기 밀어닥치는 향수병이 날씨만큼이나 매섭게 추워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이민의 삶을 위해 낯선 땅에서 안 해본 일없이 얼마나 바삐 움직이었던가. 어린 딸들을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울어대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 내내 메아리쳐 얼마나 마음 아팠던지. 때론 예기치 않았던 병마에 시달리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실직하고 새 직장을 찾느라 동분서주하던 일들, 우체국 직원이 되어 밤일하느라 얼마나 고단한 삶이었던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피부에 주름이 늘게 되겠지만 그러나 난 이 세상일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한 마음의 주름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이젠 머리에 내린 하얀 서리가 그렇게 싫지가 않고 오히려 삶의 흔적을 담은 내 모습이 그런대로 나를 지킴이 오히려 자랑(?)해도 괜찮은 오늘의 나다.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는 “지나간 일을 되돌아 추억한다는 점에서 인간을 강과 다르다”고 했다. 또한 피천득 선생은 “과거를 역력하게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장수하는 사람이며 그 생활이 아름답고 화려하였다면 그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유복한 사람이다. 그러나 예전을 추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의 생애가 아무리 찬란하였다 하더라도 감추어둔 보물의 세목과 장소를 잊어버린 사람과도 같다”고 했다.
그래서인가 때때로 지나쳐간 44년의 세월! 그때 그 시절의 추억들이 빛바랜 앨범 속의 흑백사진처럼 아련하게 떠올리는 시간이 부쩍 많아진 걸 보면 깊이 감추어두었던 보물이 내게도 수북 수북이 쌓여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44년의 세월 속의 추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세월이 좋아져서 100세 장수시대로 가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남은 세월을 허송치 않는 부지런함과 날마다 범사에 감사하면서 기쁨과 사랑이 넘쳐나는 보람된 삶이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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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자 수필가 애난데일/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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