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상 처음으로 디지털 알약을 승인했다. 디지털 알약은 복용을 하면 센서를 통해 환자가 언제 어떤 약을 먹었는지를 의사에게 전달해 주게 된다. 그러나 디지털 알약이 자칫 생물의학적 ‘빅 브러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FDA가 13일(현지시간) 일본 오츠카 제약회사와 미국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디지털 알약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미첼 매티스 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의 정신성 의약품 분과장은 "처방 약의 복용 여부를 추적하게 되면 일부 환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FDA의 승인을 받은 디지털 알약은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가 개발한 센서를 장착했으며 오츠카제약의 ‘아빌리파이(정신분열 치료제)’에 해당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아빌리파이는 우울증과 조울증, 정신분열 등을 치료하는 약이다.
오츠카제약 북미지사 최고경영자(CEO)인 카비르 나스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환자가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이 처음으로 주어졌다. 의사가 환자의 약 복용을 추적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약 복용을 잊은 조현병 환자가 발작을 일으켜 응급실로 실려 가는 극적이고 즉각적인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반겼다.
프로테우스 회장 겸 CEO인 앤드류 톰슨은 디지털 알약은 구리, 마그네슘, 실리콘 등으로 만들어진 센서를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삼킨 알약의 센서가 위액에 닿게 되면 전기 신호를 발생시킨다. 이 신호는 몇 분 뒤 환자 가슴에 부착된 웨어러블 기기로 전달된다. 이 기기는 환자의 약 복용 정보를 블루투스를 이용해 의사의 스마트폰 앱으로 전달한다.
의사들은 처방전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 왔다. 질병이 악화됨으로써 추가적인 치료나 입원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의사의 처방을 따르지 않음으로서 발생하는 피해가 한해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의료업계에서는 디지털 알약이 공공 보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아미트 사파트와리 전임강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알약은 공중보건을 증진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종종 복용을 잊어버리는 환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만일 부적절하게 사용될 경우 신뢰보다는 불신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라고 경계했다.
디지털 알약 처방은 환자의 동의 하에 처방된다. 환자가 원할 경우 언제라도 이를 제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사생활 침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스크립스 중개과학연구소(Scripps Translational Science Institute)의 에릭 토플 박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보험 업체들이 디지털 알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할인 폭이 커지면 결국 디지털 알약 복용은 강제나 다름없을 것"이라면서 윤리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브라운대 의과대학의 피터 크레이머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알약은 "처방 전에 고자질쟁이를 함께 포장해주는 격이다. 디지털 알약은 강압적인 도구가 될 잠재성이 다분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콜롬비아대학과 뉴욕 프리스비테리언 병원의 정신의학과 교수인 제프리 리버맨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디지털 정신분열치료제를 처방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초기 정신과 환자들의 경우 약을 조금 복용하다가 증세가 호전되면 의사의 처방대로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에게 디지털 알약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버맨 박사는 그러나 디지털 알약은 환자들의 약 복용을 추적하는 용도로만 승인을 받았을 뿐 아직은 처방대로 따르도록 개선시키는 기능은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리버맨 박사는 그러면서 “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정신질환 환자들에게 이런 약을 처방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마치 생체의학적 '빅 브러더' 같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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