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세트 10-10 역전 위기에서 11연속 득점… “오늘은 내가 챔피언”
▶ 혼합복식 서승재-채유정은 세계 1위 꺾고 깜짝 우승…20년 만의 쾌거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안세영(21·삼성생명)이 한국 배드민턴 단식 사상 처음으로 세계개인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27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로열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세계 6위 카롤리나 마린(30·스페인)을 2-0(21-12 21-10)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재작년 8강, 작년 4강에서 번번이 '숙적'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에게 가로막혔던 안세영은 올해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린은 이번 대회에서 회춘하며 타이쯔잉(대만·세계 4위), 야마구치(세계 2위)를 연달아 꺾었으나 안세영을 넘어서진 못했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단식 종목을 제패한 것은 안세영이 처음이다.
1977년 시작한 이 대회가 올해 28회를 맞는 동안 한국 단식은 준우승 2차례, 3위 9차례에 그쳤다.
여자 단식 방수현이 1993년 처음으로 결승전에 진출해 은메달을 획득했고 1995년 박성우가 남자 단식 준우승을 차지했다.
30여년이 흘러 안세영이 한국 단식의 46년 무관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토마스컵으로 불리는 이 대회는 1977∼1983년에는 3년 주기, 1985∼2003년에는 2년 주기로 열렸고 2005년부터는 올림픽이 있는 해를 제외하고 매년 열리고 있다.
안세영은 1세트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탄탄한 수비로 마린의 범실을 끌어냈며 4-4에서 순식간에 10-4로 달아났다.
11-7로 반환점을 돈 뒤에는 저돌적인 스매시와 푸시로 상대를 몰아붙인 안세영은 때로는 절묘한 드롭샷과 헤어핀으로 완급을 조절했다.
19-12에선 왼손잡이인 마린의 오른쪽을 집요하게 공략해 세트 포인트를 쌓았다. 이후 코트를 벗어나는 상대 클리어를 지켜보며 1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도 안세영이 초반 7-2로 앞서가며 비슷한 양상으로 펼쳐지는 듯했다.
하지만 마린의 매서운 공격에 안세영이 수비하기 급급한 모습이 계속 연출됐고, 결국 10-10 동점이 됐다.
이때 마린의 실수로 한 점 앞선 채 인터벌을 맞은 것이 행운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안세영은 흔들린 멘털과 전략을 추스르는 데 성공했다.
경기가 재개되고 안세영은 마린에게 한 점도 내주지 않은 채 10연속 득점 행진으로 눈 깜짝할 새에 경기를 끝냈다.
안세영은 시상식이 끝난 뒤 영어로 "오늘은 내가 챔피언이다. 경기를 이겨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어로는 "즐기니까 (배드민턴이) 잘 되는 것 같다"면서 "(오늘 결승전을) 정말 잘 즐겼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이번 우승으로 올해 8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우승 7번, 준우승 3번, 3위 1번을 기록하며 이달부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앞서 열린 혼합복식 결승전에서는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이 세계 1위 정쓰웨이-황야충(중국)을 2-1(21-17 10-21 21-18)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 대회에서 우승한 김동문-라경민 이후 20년 만에 나온 쾌거다.
한국 혼합복식은 김동문-라경민 이후 결승전에 한 차례도 오르지 못하며 동메달만 3개로 만족해야 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용대-이효정이 2009년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고성현-하정은, 신백철-엄혜원이 각각 2010년, 2013년 대회를 3위로 마감했다.
그 후로는 4강 진출 없이 혼합복식 메달 가뭄이 이어졌다.
서승재-채유정으로서도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을 이겨낸 극적인 승리였다.
정쓰웨이-황야충은 통산 승률 90.8%(238승 24패)를 자랑하는 혼합복식 최강자다. 서승재-채유정의 승률은 69.4%(118승 52패)다.
맞대결에서도 서승재-채유정은 이날 전까지 정쓰웨이-황야충을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내리 9패를 당했지만, 세계선수권 우승 길목에서 귀중한 첫 승을 따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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