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145개 부지 매입
▶ 재건에만 5년 소요 등
▶ 소유주 못 버티고 팔아
▶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지난 1월 LA 일대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의 진원지인 알타데나에서 주택부지가 속속 거래되고 있는 가운데 매수자의 대부분은 부동산 개발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재건에 이르기까지 최소 5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금전적으로 버틸 여유가 없는 집주인들의 매물을 개발업체들이 쓸어 담고 있는 것이다.
12일 LA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알타데나에서 145개의 불타버린 주택 부지가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100개의 주택 부지가 매물로 나와 있으며, 수십개 이상의 부지가 에스크로 처리돼 매각 종료시점에 와 있다. 이는 지난 1월 LA 화재의 또 다른 피해지역인 팰리세이드에서 화재 이후 60개 미만의 주택 부지가 팔렸고, 180개의 매물이 몇 달 동안 매물로 나와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올해 1~4월 알타데나 일대의 중간 주택 매물은 19일 만에 거래가 성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일보다 훨씬 짧은 기간이다. 평균 거래금액은 50만달러에서 70만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알타데나에서 매물로 나온 주택 부지는 이튼산불로 소진된 6,000채 주택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 일대 주택 시장은 점점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부지 거래가 활황을 이루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이 전소된 집주인들이 보험금을 청구하고 재건을 하는 데 최소 5년이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알타데나의 한 주민은 “나는 이 지역을 좋아하지만, 5년이 걸릴 재건에 필요한 자원이 없다”며 “화재 전과 같은 알타데나의 모습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에 주택부지를 매물로 내놨고 며칠 만에 이 일대 부동산을 매입한 중견 개발업체에게 부지를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알타데나 주민이자 부동산 중개인인 앤 마리 아헌은 “주택부지에 대한 관심이 한 두 개의 프로젝트를 원하는 단독 개발업체나 가능한 한 많은 부지를 매입하려는 대형 개발사에서 오고 있다”며 “100개의 부지를 사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 업체들은 블랙 라이언 프로퍼티스, 아이언 링스 알타데나, 오션 데브, NP 알타데나, 셩 펭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타데나 일대에서는 개발업체들의 주택 부지 쌍끌이 매입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타데나는 영국 튜더 양식의 주택과 수백년된 장인풍 주택, 식민지 부흥 양식 등이 어우러진 개성 있는 주택들이 있었는데 개발업체들이 새 건물을 짓더라도 이 같은 지역의 매력을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개발업체들의 매입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고 걱정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 피해 원주민들은 밀려나고 개발업체들이 지역 땅값만 올려 놓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개발업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알타데나 산불피해의 규모가 워낙 커 재건축을 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개발 업체가 재건에 나서지 않으면 가뜩이나 황량해진 지역의 부흥을 기대하기는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알타데나 일대에서 부동산 중개인을 하고 있는 브록 해리스는 “알타데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아니라 재건이 전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알타데나가 다시 활성화 되려면 훨씬 더 많은 개발업자들이 나서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10년 후에는 다섯필지에 집이 한 채씩 있는 황량하고 삭막한 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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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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