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광 패널,‘기후·주택방향·조경’에 따라 달라
▶ 히트펌프, 전기요금 싸고 난방유 비싼 지역 유리
▶ 단열재 보강, 에너지 비용 낮춰도 비용 회수 길어

에너지 비용과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친환경 리모델링에 나서는 주택 소유주가 많다. 사진은 샌디에고 스크립스 랜치 주택가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의 모습. [로이터]
메릴랜드주 교외 전형적인 가정 주택. 약 1,500평방피트 규모의 이 2층짜리 단독 주택은 침실이 세 개로, 네 식구가 1년 동안 전기 및 가스 등 유틸리티 비용으로 평균 3,483달러를 지출한다. 이 집에서 발생하는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8.4톤으로, 대서양을 왕복하는 비행기를 8번 이상 타는 것과 맞먹는 수치다. 이 집처럼 많은 미국인들이 에너지 비용과 탄소 배출도 줄이기 위해 이른바‘친환경 리모델링’을 실시한다. 그러나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각종 세금 감면과 보조금 혜택을 받아도 기대했던 비용 절약 효과에 의문을 품는 미국인이 많다.
워싱턴포스트가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 연구진에 앞서 예로 든 메릴랜드주 교외 주택을 대상으로 친환경 리모델링이 실제로 비용 및 탄소 배출 절감 효과가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의뢰했다. 시뮬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일부 간단한 업그레이드는 실제로 비용을 절감 효과가 있지만 대규모 공사의 경우 날씨, 주택 나이, 냉난방 설비 상태 등에 따라 비용과 효율성이 크게 달랐다.
▲ 태양광 패널
가장 인기 있는 친환경 리모델링 항목은 단연 태양광 패널 설치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총 설치비의 30%를 연방 세액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다. 2023년 75만2,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고, 가구 당 평균 약 8,000달러를 세금을 감면받았다.
지역 태양광 업체 ‘노바솔라’에 따르면 메릴랜드 주택 지붕에는 총 17장의 패널을 설치할 수 있다. 햇빛이 가장 잘 드는 남향 지붕 쪽에는 단 6장밖에 설치할 수 없고, 나머지 11장은 햇빛이 드는 시간이 비교적 적은 방향에 설치해야 한다.
이 조건으로 설치했을 경우 첫해 전력 생산량은 약 7,811킬로와트시(kWh)로, 이 가정이 1년간 사용하는 전력의 약 70%를 커버하는 양이다. 총 설치비는 약 2만23,00달러지만, 연방 및 주정부의 보조금을 모두 활용할 경우 실제 비용은 1만127달러로 낮아진다. 연간 약 1,829달러의 전기요금을 아낀다고 가정할 경우 5년 만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요인을 적용하면 전기요금 절약 효과가 단순 계산만큼 크지 않다. 이 집 주변에는 오래된 참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주택 건물의 대부분을 가려 태양광 발전량이 중요한 여름철에는 햇빛 투과량이 크게 줄어든다. 참나무 요인을 반영한 결과, 실제 발전량은 약 40% 줄어들고 연간 전기요금 절약액은 약 1,116달러로 낮아진다. 이 경우 투자비 회수 기간은 5년에서 8년 반으로 늘어난다.
나무를 베는 일도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나무를 제거하면 주택 가치가 떨어질 수 있고, 여름철 야외 온도가 더 오르는 결과가 발생한다. 하버드대 연구진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나무를 제거할 경우 연간 800시간 이상(한 달 이상) 정원 기온이 화씨 79도를 넘는 기온 상승 현상이 생긴다.
▲ 히트펌프‘히트펌프’(Heat Pump)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친환경 냉난방 설비다. 미국 전역의 상당수 주택이 여전히 천연가스, 프로판, 난방유 등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릴랜드 지역의 경우 전체 주택의 약 83%가 천연가스를 난방에 사용 중인데, 하버드대 연구팀이 분석 대상 주택에 기본 사양의 히트펌프를 설치했을 때 연간 난방비가 약 252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히트펌프 설치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에 설치를 망설이는 가정이 많다. 연방 및 지역 정부 보조금을 받아도 설치 비용은 약 1만2,000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메릴랜드 주택의 경우 설치비를 회수하는 데 무려 48년이 걸린다. 만약, 고효율 모델을 설치할 경우 연간 절감액이 755달러로 높아지고, 특히 기존 가스형 히터(보일러)가 수명을 다했을 경우, 새 히트펌프와 보일러 간의 차액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 회수 기간은 8년 수준으로 단축될 수 있다. 히트펌프는 냉방도 가능해, 기존 에어컨 사용을 대체해 냉방비 절감 효과도 있다.
하지만 기후가 더 추운 지역에서는 반대 결과가 발생한다. 시카고처럼 겨울 기온이 매우 낮은 지역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했을 때, 기본 사양 히트펌프를 설치하면 오히려 전기요금이 연간 1,221달러 더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트펌프의 경제성이 외부 기온, 지역별 전기·가스 요금, 기기의 효율성 등의 요인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가스형 히터는 가스를 태워 열을 내는 방식으로, 효율은 96~98%정도다. 반면, 전기를 사용하는 히트펌프는 냉매를 이용해 외부의 열을 실내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1kWh의 전기로 약 3~4kWh에 해당하는 열로 실내를 난방할 수 있어, 이론적 효율은 300~400%에 달한다. 하지만 전기 요금이 가스보다 3배가량 비싼 메릴랜드주와 같은 지역은 에너지 효율은 높아도 비용 절감 효과는 크게 낮아진다.
에너지 효율 전문가들에 따르면 노후 가스 히터를 교체하는 경우, 가스와 전기 요금 차이가 크지 않은 지역에서만 히트펌프 설치에 따른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메인주처럼 난방유를 많이 사용하는 지역은 유류비가 비싸기 때문에 히트펌프 교체로 인한 비용 절약이 기대되지만, 천연가스 사용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다. 다만 히트펌프는 난방유나 가스 시스템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친환경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단기 비용 절감 효과는 낮아도, 장기적으로 탄소 배출 감축에 도움이 되는 설비로 여겨진다.
▲ 단열재 보강 및 틈 메움 공사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단열재를 보강하고, 집의 ‘기밀성’(Sealing)을 높이는 작업이 있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메릴랜드 주택 내부 공기의 흐름을 측정하는 ‘블로워 도어’(Blower Door)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가장 큰 문제는 다락으로 통하는 문 틈새로 발견됐다. 일반적인 집에 볼 수 있는, 따뜻한 공기가 상승하며 위층으로 빠져나가고 아래층에는 외부의 찬 공기가 스며드는 ‘스택 효과(Stack Effect)가 이 집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스택 효과가 발견된 주택은 연간 냉난방비가 수백에서 수천 달러까지 추가로 발생한다.
에너지 효율 전문가들은 스택 효과 차단을 위해 ▶다락 틈새에 폴리우레탄 폼을 주입해 공기 차단, ▶지하 크롤스페이스를 밀봉하고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 ▶외벽에도 추가 단열재 설치 등의 작업을 추천한다. 세 작업을 모두 시행하면 총 비용은 약 9,187달러, 연간 에너지 비용 절감액은 320달러로, 투자 회수 기간은 약 29년에 달한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치밀한 단열 설계를 적용할 경우 연간 절감액이 3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외벽 마감재 교체로 인한 추가 비용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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