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지속되는 이상 기온 때문에 날씨 변화를 체감하지 못 하고 지내지만, 8월 9일은 말복이고 8월 7일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절기인 입추였다. “입추 때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입추 시기에 벼가 빠르게 자라는 모습을 비유한 옛말이다. 벼뿐만 아니라 집 텃밭에서는 절기(節氣)와 계절을 담고 마음을 담은 여왕(Queen)의 과일 무화과 열매가 빠르게 자라고 익어가고 있다.
“그대여 이렇게 무화과가/익어가는 날에도/너랑 나랑 둘이서 무화과/그늘에 숨어 앉아/지난날을 생각하며/이야기 하고 싶구나”
-가수 김지애의 ‘몰래한 사랑’ 가사 중에서.
무화과 잎은 넓적하고 크다. 한여름 무더운 날씨에도 무화과 나무 아래는 항상 짙은 그늘이 져 있어서 시원하고 사람 눈에 잘 띠지 않는 좋은 로맨틱 장소이다. 그 곳에서 여름 오후 상큼한 무화과 열매를 따서 먹으며 몰래한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무화과 열매가 익어가듯 사람들의 사랑도 익어가면 좋겠다. 무화과 나무에 열매가 많이 달려있는 것을 보니 결실의 계절 가을이 문턱에 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무화과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 나무이다. 무(無) 화(花) 과(果) ‘꽃 없이 열매를 맺는 식물' 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열매를 절반으로 나누어 보면 안쪽에 빨간 알갱이들이 모두 꽃이다. 겉의 껍질은 꽃받침이 커지면서 주머니 모양으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무화과는 고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즐겨 먹었다고 하여 ‘여왕의 과일’이라는 애칭이 붙어 있다. 한여름 매일 여왕의 과일을 섭취하는 도시의 텃밭지기는 복도 많다. 이스라엘에서는 왕족과 귀족들이 좋아해 ‘과일의 귀족’이라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텃밭지기의 과일’로 바꿔 부르고 싶다.
무화과 나무는 우슬초(Hyssop, 히솝), 포도, 겨자씨, 올리브 등과 더불어 성경에 등장하는 성스러운 식물이다. 집 텃밭에는 크고 작은 성스러운 무화과 나무가 몇 그루 자라고 있다. 생명력이 매우 강하고 성장력이 왕성한 나무이다.
올해도 집 텃밭의 무화과 열매가 풍년이다. 하루에 오전 오후 두 번 사다리를 이용하여 열매를 채취해야 한다. 매일매일 따서 먹는 양보다 익어가는 양이 더 많다. 무화과 씨알도 작년보다 더 굵어 보인다. 무척 부드럽고 달다. 향도 엄청 좋다. 상큼한 단맛과 향이 땡볕 더위를 식혀주고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클레오파트라가 무화과를 왜 좋아했는지 알 것 같다.
‘클레오파트라’하면 가장 먼저 학창 시절에 감명 깊게 관람했던 1967년 개봉한 클레오파트라 영화가 생각난다. 그 영화에서 나오는 이탈리아 출신 관능미 여자 연기파 주인공 ‘소피아 로렌(Sophia Loren)’도 90살이 넘었다고 한다. 세월이 화살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로마의 줄리어스 시저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를 만나지 않았다면 로마의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 치만 낮았다면 세계사가 바뀌었을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로마 역사는 물론 세계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클레오파트라를 보면 ‘남자는 세계를 지배하고 여자는 그 남자를 지배한다’는 말과 연결되어 보인다. 여자가 남자를 지배한다든지 남자가 여자를 지배한다는 말은 좋은 사고가 아니다. 남녀가 서로 지배하기 위해 경쟁하지 말고 공존하며 협력해야 더 아름다운 가정과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남자 없는 여자가 있을 수 없고, 여자 없는 남자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을 날씨로 넘어가는 햇볕은 뜨겁지만 부드럽고 달콤한 무화과를 한 소쿠리 따서 현모양처와 함께 오손도손 나눠 먹으며 무화과처럼 달콤한 마음으로 시원하게 지내는 것이 오늘의 행복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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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모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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