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내산전도(金剛內山全圖)
▶ 겸재(謙齋) 정선(鄭敾), 국립중앙박물관
일만이천 봉우리 우리 민족 기상일세
굳셈과 부드러움 고루 갖춘 모습이라
몇백 년 세월 속에 돌아온 금강산
깊고 깊은 푸른 숲 수도자의 독경 소리
번뇌갱煩惱坑에 빠진 중생 무명無明을 밝혀주오
만악萬嶽에서 푸른 옥수玉水 쉬임없이 흘러내려
동해의 만경창해萬頃滄海 깊이를 더하누나
백두산 푸른 정기 청운靑雲 타고 내려오니
금강이 활짝 열릴 그날이여 어서 오라
조선시대 최고의 천재 화가였던 겸재 정선(1676~1759)은 한양 인왕산 기슭, 지금의 종로구 청운동, 몰락한 사대부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젊었을 때부터 명성을 날렸으며 같은 동네에 살던 절친 사천(槎川) 이병연(李秉淵)과 함께 금강산을 처음 탐방하였다.
이 그림은 진경산수화풍으로 그린 금강산 그림의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일제강점기인 1925년 독일의 가톨릭 베네딕토 선교사인 노르베르트 베버가 고미술상에서 구입한 <겸재화첩(謙齋畵帖)>에 들어있는 것이다. 그 후, 독일의 성 오틸리엔 수도원 박물관에 오랫동안 보관되어 오다가 2005년 10월 영구 대여의 형식으로 한국에 귀환하였으나 소유권이 독일에 있어 한국의 국보로 지정되지 못하였다.
이 그림은 금강산 전체를 마치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본 것처럼 그린 것으로 겸재의 금강산 그림 중 구도, 기법, 색감, 세밀함 등에서 최고로 꼽히는 걸작이다. 그림의 가운데 부분에는 금강산의 최고봉인 비로봉(毘盧峯)이 마치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을 감싸듯이 묵직하게 그려져 있고, 가운데 및 우측의 뾰족한 바위 봉우리들은 수직으로 예리하고 강한 선으로 그렸으며, 짙은 숲이 있는 좌측과 하단 전면부의 토산(土山)은 마치 쌀알을 점으로 찍어 그린 듯하다 하여 미점준(米點皴)이라는 불리는 독특한 화법으로 그렸다. 또한 그림 속에는 장안사를 비롯한 여러 사찰을 상세하게 그려 넣어 그 상세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의 명화(名畵)를 연재하면서
조선왕조 500년을 되돌아볼 때 우리는 선조들의 지적(知的)인 문화의 수준에 크게 감탄하게 됩니다. 특히 훈민정음을 비롯하여 도자기, 서화, 궁중 예악, 건축물 등 중국이나 일본과는 판이한 독창적이고 뛰어난 조선시대의 문화, 예술적 유산은 우리 민족의 미적 감각과 흥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미국에 사는 우리는 고단한 이민 생활로 인해 선조들이 남긴 위대한 문화유산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도 선조들이 남긴 찬란한 우리 문화에 대하여 좀더 알고 후손들에게도 이를 전해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저는 약 2년에 걸쳐 조선시대 32명의 화가가 그린 명작 그림 200여 점을 연구하고 이들 그림에 대한 감상을 자유 시조의 형식으로 써서 <보고 읽는 조선의 명화>라는 제목의 책을 비매품으로 발간하였습니다. 이번에 한국일보를 통하여 이 책에 실린 내용을 중심으로 그 일부를 지상을 통하여 소개하여 명작 그림의 감동을 많은 독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됨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4세기 중국 동진(東晉)의 서성(書聖)이라 불리는 왕희지는 난정집서(蘭亭集序)에서 ‘後之視今(후지시금) 亦由今之視昔(역유금지시석)’, 즉 ‘후세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것은 역시 지금 우리가 옛사람을 보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으니, 우리가 조선시대 화가의 그림을 지금 볼 때 당시 사람들이 같은 그림을 보았을 때의 감회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에 연재하는 <조선의 명화>를 통하여 독자들을 조선시대의 사랑방으로 초대하오니 선조들이 남긴 명작 그림을 보며 선조들과 함께 즐거움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최규용 (메릴랜드대학 화학생명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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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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