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의 러시아 무인기(드론)기가 떼 지어 폴란드 영공을 침범했다. 그 날이 9월 10일이다. 열흘 후 이번에는 3대의 러시아공군의 미그 31 전폭기가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했다.
9월에만 여섯 차례 러시아 드론과 전투기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영공을 침범하는 사태가 잇달아 발생한 것이다.
그 의도는 무엇일까. 나토의 대응 태세를 시험하고 있다, 유럽 방위망의 허점 체크와 함께 확전을 꾀하고 있다 등등 논란이 분분하다.
‘푸틴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이 끊임없는 서방과의 대결과 직결돼 있음을 점차 절감하고 있다.’ 군사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지적이다.
러시아의 여름 대공세가 막대한 병력 손실만 내고 실패로 끝났다. 이와 함께 내려지는 대체적인 판정은 러시아의 패배는 결정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승리까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3년 7개월이 지난 현재 대체적인 손익계산서를 뽑아보면 미국과 나토는 신용등급이 크게 상승했다. 시진핑의 중국도 꽤 괜찮은 장사를 했다. 러시아가 중국을 종주국으로 섬기는 처지가 되어서다.
반면 실제 국가적 역량에서나, 국제적 위상에서 엄청난 손실을 기록한 것은 러시아다. ‘세계열강 클럽에서 퇴출’당할 정도가 됐다는 것이 포린 어페어스의 진단이다.
상황이 꽤나 절박해졌다. 이 정황에서 푸틴은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더 나가 목숨유지를 위해 전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따르고 있다. 비유하자면 호랑이 등에 탄 꼴이라고 할까. 등에서 떨어지면 호랑이에게 잡혀 먹힌다. 그러니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그런….
‘지난 수년 간 러시아는 러시아 스스로에게, 또 전 세계에 러시아는 세계열강의 일원임을 확인 시키려는 노력을 필사적으로 펴왔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제국은 붕괴해 가고 있다. 그 사실을 어떻게든 숨겨야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세계정상들의 화려한 모임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려고 한다. 때로는 정반대로 핵 공격 위협을 해대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리고 군사적 모험도 마다 않는다.
우크라이나 침공 자체가 그런 맥락에서 이루어졌다는 분석이다.
구 동구권으로 민주화가 확산되면서 러시아는 점차 변방세력화 되고 있었다. 그런데다가 우크라이나의 성공적 민주화는 푸틴 체제 러시아에게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다. 뿌리가 같은 슬라브계다. 그 우크라이나가 선진 민주국가로 거듭나면 푸틴이 제시한 ‘위대한 러시아부흥’의 이데올로기는 거짓말임이 드러난다. 체제유지 자체가 힘들어 지는 것이다.
결국 푸틴이 선택한 것이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것이 더 힐의 지적이다.
냉전시대에는 명실상부한 수퍼 파워였다. 미국에 맞상대할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러시아는 그 쇠망해 가는 과정이 눈에 띌 정도다.
우크라이나 전쟁 3년 7개월여의 세월과 함께 그 쇠망 속도에는 가속이 붙었다.
대대적인 억압에, 온갖 선전선동, 거기에다가 전시경제와 맞물린 물질적 인센티브를 통해 크렘린은 통제의 끈을 조이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도전에 직면해있다.
4년째 이어지는 전쟁에서 너무나 큰 인적, 재정적 손실을 입었다. 경제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물가는 치솟기만 하고 생활수준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장래를 더 어둡게 하고 있는 것은 인구절벽에, 고령화 추세다. 낮은 출산율에다가 수백만의 젊은이들이 해외로 탈출하거나 전쟁터에서 사라진 여파다.
그 와중에 러시아의 엘리트계층은 심각한 동요의 빛을 보이고 있다. 그토록 엄청난 인적, 재정적 손실을 대가로 얻은 전과가 얼마 안 되는 부동산이란 엄혹한 사실 앞에서.
우크라이나 전에 ‘올인’한 상태에서 크렘린은 더 이상 다른 곳에서 파워를 투사할 여력이 없어졌다. 중동의 친(親)러 정권인 시리아의 아사드 체제가 무너져도, 역시 친러계인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에게 잇단 침공을 받는 수모를 당해도 그저 수수방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벨라루스를 비롯한 구소련의 일원이었던 국가들에서도 러시아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망해가는 파워는 폭주를 하기 십상이다. 그 정황은 오로지 전쟁, 또 전쟁에 과몰입한 푸틴의 행태에서 드러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비롯된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그 전쟁에 크렘린은 나토, 서방과의 전쟁이란 프레임을 씌우고 선전선동에 여념이 없다. 그러니까 러시아제국의 재건설만이 사악한 서방세력을 막아낼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체제로 전환과 함께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푸틴의 정치적 라이벌들은 툭하면 높은 빌딩 창문을 통해 내던져져 죽는 괴이한 사건의 연발과 함께.
이 일련의 상황들이 그렇다. 폭망(爆亡)으로 향해가는 질주, 그 전주곡으로 비쳐진다고 할까.
문제는 망해가는 러시아가 핵 강국인데다가 첨단의 사이버전투 수행능력을 갖추고 있고 또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사실에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폭망을 향해 질주하는 러시아. 그 궤적 어딘 가에서 우크라이나사태를 크게 뛰어넘는 초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거다.
러시아 드론의 잇단 나토영공침입. 아무래도 그 예후가 불길해 보인다.
<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