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운전하다 교차로를 지날 때였다. 필자 바로 앞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어느 운전자가 정지 신호등을 잘못 보고 주행한 결과였다. 언젠가 필자도 운전하다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다. 가야 할 방향의 신호가 아닌데 교차로에서 앞차를 따라 무의식적으로 갔다.
나의 방향과 목적지가 있는데 그 길이 아닌 타인이 가는 길, 다수가 가는 길을 가려다 길을 잃고 방향을 상실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각자 가야 할 목적지와 방향은 달라도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길을 따라 주행한다.
미국 생활 초창기에 친구들과 함께 지인에게 주소를 받아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내비게이션 사용이 일상화되지 않은 때였다. 우리 일행이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목적지가 나오지 않았다.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주변은 낯선 풍경뿐이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지인에게 전화해 주소를 확인했다.
필자가 받은 주소의 방향은 서쪽(West)이 아니라 동쪽(East)이었다. 지인이 우리에게 잘못된 주소를 주었던 거였다. 삶의 방향이 그와 같은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쳤다. 그 일 이후로 신호등과 교통 법규를 잘 지키고 가는지, 과속이나 서행이 아닌 알맞은 속도로 주행하고 있는지, 최종 목적지를 향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이 각자 삶에 주어진 속도와 방향은 달라도 목적지를 향해 운행하고 있다. 때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할 때도, 차선을 변경할 때도, 정지 신호등 앞에 설 때도 있으리라. 삶에서 파란색 신호등만 보고 주행하면 고단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종종 빨강 신호등 앞에서 멈추어서 주변을 살피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파랑 신호등일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빨강 신호등 앞에서는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다. 노랑 신호등은 멈춤을 준비하라는 의미이지만 주변의 모든 차량까지 다각도에서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는 순발력이 필요한 신호라 주의가 요구된다.
우리는 삶의 변곡점을 지나오면서 얼마나 많은 신호등을 마주했을까. 때론 교차로의 고장 난 신호등 앞에서 이정표를 보지 못해 갈 바를 알지 못할 때도 있을 테다.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하고 판단했더라면, 잠시 멈추어서 주변을 살피고 경청했더라면, 등등 다양한 경우를 떠올리게 된다. 실패와 좌절, 상실과 아픔, 감사와 기쁨 등 희로애락의 다양한 순간들이 있었으리라. 매 순간을 삶의 마지막인 듯 산다면 삶의 방향과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개인이든 공동체든 신호등을 마주할 때 속도와 방향을 점검해야 하리라. 도착할 최종 지점이 어디일지 염두에 두고 가야 한다. 저마다 주어진 삶의 교차로에서 주행을 잠시 멈추고 다음 신호등을 대기하는 순간은 너무도 중요하다. 다각도에서 방향과 속도를 재정비하고 주행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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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실 시인ㆍ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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