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주식 보유한도 5.9%P 상향
▶ 증시 불장 속 200조 매도 압박에
▶ 전략적 자산배분으로 유연성 확보
▶ “기계적 매도 없다” 시장에 시그널
▶ 내년까지 보유한도 유지한다지만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14.9%에서 20.8%로 내년까지 늘리고 전략적 자산배분(SAA)의 범위를 확대 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은 국내 주식 한도를 늘리기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꺼내든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기계적 매도를 피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새로운 한도를 적용하더라도 이미 10%포인트 가까이 초과한 상태여서 새로운 자산배분안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올해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조정했다. 통상 다음 해부터 향후 5년간의 중기자산배분안만 결정해왔지만 이미 국내 주식 보유 한도를 15%포인트 가까이 초과한 상황인 점이 작용됐다.
중기자산배분은 국민연금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5년간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자산군별 목표비중과 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계획이다.
기금위는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5.9%포인트 늘린 20.8%로 조정하기로 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 등에 따라 국내 주식 시장이 구조적으로 변화했다는 점과 이미 국내 주식 비중이 훌쩍 커진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리밸런싱에 따른 시장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금위는 또 변동성이 큰 국내 주식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국내 주식의 SAA 허용 범위를 확대 조정하기로 했다. SAA를 통해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해 기계적 매도 등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는 기존 3%였던 SAA의 허용범위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금 운용 업무의 공정한 수행과 금융 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금위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기금 수익을 제고할 수 있도록 일일 최대 리밸런싱(재조정) 규모를 축소하는 등 리밸런싱 규칙도 개선했다. 기금위는 연말까지 주식시장을 모니터링한 다음 올해 말 SAA 허용범위를 한 차례 더 조정할 계획이다.
정부 안팎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 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음 달 말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한도(20.8%)를 적용하더라도 10% 가까이 초과한 상황이다. 주식 비중을 어떻게 올리더라도 문제시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기금위가 수익성 제고와 시장 안정성을 모두 도모하기 위해 SAA를 적극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모건스탠리(1만), 골드만삭스(9000), JP모건(1만)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한국 증시의 지속적인 강세를 예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을 기존 14.9%에서 소폭 상향할 경우 또다시 한도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강세장에 추가 투자를 하지 않고 비중 조절을 할 수 있지만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기관인 만큼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주식 비중을 대거 상향할 경우 하락장에서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 7월로 예상되고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유가 불안 등 거시경제 리스크를 감안할 때 시장 충격이 클 경우 과도하게 노출된 위험자산이 국민 노후 자금인 기금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실제 기금위에서 근로자 측 기금위원들은 이 같은 우려 때문에 국민연금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기금위의 이번 결정을 통해 당초 우려됐던 수백조 원에 달하는 매도 물량 출회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고려해 역산하면 국내 주식을 매도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SAA와 전술적자산배분(TAA)을 조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매도 압박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국민연금이 기계적인 대량 매도는 없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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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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