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도 캐스팅 몸살을 앓고 있다. 배우 기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요즘 뮤직비디오까지 대작화함으로써 캐스팅난이 가중되고 있다. 드라마형 뮤직비디오 특성 상 톱스타 캐스팅은 피할 수 없는 일. 이 때문에 닷새 가량 찍는 뮤직비디오조차 출연 배우를 찾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새 돌파구를 찾아야 될 상황으로 몰린 뮤직비디오의 현황과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 배보다 훨씬 더 큰 배꼽

음반 제작비는 대략 1억 원선. 뮤직비디오는 천차만별이다.

가수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중심으로 한 간단한 뮤직비디오는 1,000만 원이면 족하다. 그러나 스타 캐스팅, 외국 로케이션 촬영까지 곁들여 드라마처럼 만들면 제작비는 5억 원까지 치솟는다. 어느 정도 ‘때깔나게’ 만들려면 평균 3억∼4억 원 가량이 필요한 실정이다.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했던 조성모의 <아시나요> 비디오는 뮤직비디오의 블록버스터로 꼽힌다. 웬만한 영화를 방불케 하는 수준.

음반 제작비의 서너배를 뮤직비디오에 쏟아붓는 것은 군소 음반제작자로선 엄두도 못낼 일이다. 결국 뮤직비디오가 가요계의 빈부 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 어떻게 캐스팅하나

드라마형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연기자들은 대부분 톱스타. 이미 영화나 TV 드라마에 출연 중이거나 최소한 몇 개의 CF라도 걸려 있다. 뮤직비디오에까지 얼굴 내밀 여유는 없다.

이때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이 친분. 평소 가깝게 지내는 톱스타에게 가요제작자가 읍소하거나, 가수가 간곡하게 부탁한다. 잠깐 보고 말 사람들이 아닌 한 이를 매정하게 뿌리치기 힘들다.

뮤직비디오 출연 연기자의 개런티는 500만∼3,000만 원선. 길어야 닷새 가량 찍는 수고에 비하면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다.

신인급 연기자들은 스타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고 싶어 로비까지 한다. 멋진 영상이, 멋진 음악과 어울릴 때 발휘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한 때문이다.

▣ 꼭꼭 숨는 스타들

일반인들 같으면 잠깐 카메라에서 폼잡고, 돈 벌고, 잘하면 외국 여행까지 하는 뮤직비디오 출연을 서로 하겠다고 덤빌 것이다. 하지만 연기자들은 요리저리 피해다닌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해봐야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다. 스타가 자신의 이미지를 소비하거나, 확대재생산하는 마당은 주로 CF다. 자신의 비싼 이미지를 뮤직비디오에서 소비할 이유가 없다.

물론 "배우가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다. 뮤직비디오는 팬시 상품 같은 기획물 아니냐"라는 판단 때문에 뮤직비디오 출연을 삼가는 연기자도 있다.

▣ 가장 해로운 비디오?

뮤직비디오는 표현에서 상당한 자유를 누린다. 각 방송사에서 방송 적합 여부를 판단하나 인기가수의 뮤직비디오를 표현상의 문제를 들어 내치는 방송사는 그리 많지 않다.

뮤직비디오는 짧은 시간이란 제한 요소 때문에 강렬한 이미지와 이야기로 채워진다. 흔한 소재인 사랑 이별 등을 묘사할 때도 폭력 죽음 등 자극적인 요소를 곁들이기 일쑤다. 그래서 이미지는 분명 멋지고 아름다우나, 본질은 극히 폭력적인 뮤직비디오가 많다.

뮤직비디오의 폭력 경향에 대해 대중문화 평론가 백현락씨는 "가장 해로운 비디오는 포르노나 몰카가 아니라 뮤직비디오"라며 걱정했다.

고비용, 캐스팅난에 폭력성 시비까지 잦은 뮤직비디오는 이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될 때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