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창작 오페라 ‘황진이’ /원작 구상 /연출 이장호 /작곡 이영조 /지휘 김정수
‘황진이’는 구상 시인의 원작을 바탕으로 곡을 붙여 예술적 감흥을 높이고 영화감독 이장호씨를 연출로 삼아 드라마적 요소와 시각적 역동성을 강조한 창작 오페라이다. 공연의 준비와 상연을 총지휘하는 이장호 감독과 ‘황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아울러 ‘황진이’의 창작 공연을 가능케한 원작가, 작곡가, 지휘자의 프로필도 소개한다.
연출 이장호씨
“오페라를 만든다는 생각보다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고 있다는 태도로 연출에 임하고 있습니다. 역사 속의 인물인 황진이의 삶과 인생관을 관객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 99년 초연이후 성공적인 창작 오페라로 자리잡은 ‘황진이’를 총연출해온 영화감독 이장호씨는 이번 LA공연을 통해 한편의 영화와 같은 오페라 무대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74년 최인호 원작의 ‘별들의 고향’으로 충무로 흥행신화를 일궈낸 그는 이후 ‘바람 불어 좋은 날’ ‘낮은 데로 임하소서’ ‘어우동’, ‘이장호의 외인구단’ 등의 작품을 통해 사회의식과 상업성을 함께 갖춘 한국의 대표적 영화감독으로 평가를 받아왔다.
언뜻 보기에 영화와 오페라 사이의 함수관계를 찾는 것이 쉽지 않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오페라 감독으로 이름을 떨친 것이나, 중국감독 장이모가 자금성에서 ‘투란도트’를 연출한 것처럼 종합예술가인 영화감독들의 ‘외도’는 그리 낯선 일만은 아니다. 물론 무대예술만의 특성이 있기에 각 분야의 전문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폭넓은 협조가 뒷받침되는 것은 물론이다.
현재 막바지 공연 조율에 한창인 이 감독은 LA공연을 앞두고 작품에 대한 보완과 수정을 기했다. “그동안의 공연에서 지적된 다소 지루하거나 늘어지는 부분을 과감하게 잘라냈다”는 그는 “관객들에게 극적 재미가 더해지도록 진행의 속도감과 긴장감을 한층 강화했다”고 전했다.
4막으로 이뤄진 이 오페라는 황진이의 인생에서 중요한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구성 자체가 4계절의 상징성으로 가득하다. 제1막은 봄의 빛깔인 노란색이 지배적으로 황진이의 자아 형성과정을 보여준다.
기생으로의 전성기를 그린 2막의 중심색은 푸른색이며 활기찬 젊음을 상징한다. 생의 성숙기를 그린 3막은 가라앉은 붉은색이 강렬하며 인생을 마감하는 4막은 초월적인 분위기의 흰색으로 물들여진다.
이중에서 이 감독이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곳이 바로 결말부인 4막. 그는 “마지막 장에는 극의 모든 에너지가 집약됩니다. 평생을 걸쳐 형성된 황진이의 정신세계가 완결되는 장면이기에 연출자 입장에서는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입니다”라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여성들의 사랑이 중심에 놓인 점에서 푸치니의 ‘나비부인’ ‘투란도트’를 ‘황진이’와 비교하는 것에 대해 이 감독은 “두 작품이 멜로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반면 ‘황진이’는 시대를 앞서간 깨어있는 여성의 주체적 삶이 주제라는 차이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인 코닥 디어터의 첫 오페라 무대를 연출하니 감회도 남다를 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그 유명한 공연장을 지휘하니 참 좋겠다고 부러워합니다만, 역동적인 막 전환이 쉬운 일본이나 한국과 달리 코닥 디어터 무대는 기계적인 운용이 쉽지 않다는 제한사항이 있습니다”라는 그는 “하지만 이에 맞추어 세트가 새롭게 제작되었고 조명이나 기타 효과로 이러한 부분을 보완해 최대의 결과를 끌어낼 생각입니다”라고 밝혔다.
변화와 도전을 좋아한다는 이 감독은 “난점을 개성과 특징이 실린 장점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도 감독이 해야할 중요한 임무”라며 “많은 분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무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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