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보다 위험한 것이
비만·자외선·병원어릴 적, 주사는 맞을 때보다 주사바늘을 보고 서 기다릴 때가 더 무섭다. 공포란 그런 것이다. 실제보다 상상이나 관념이 더 공포심을 자극한다.
최근 건강과 인간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에 관한 정확한 인식을 요구하는 책 ‘위험(Risk)’을 써 낸 하버드 위험 분석 센터의 소장인 데이빗 로픽은 “우리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위험과 실제 위험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조심해야할 위험은 따로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테러 위험이나 어린이 유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탄저병등이 신문의 헤드 라인을 채우며 공포로 몰아넣지만 실제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두려운 존재들은 과식이나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 자동차 안전벨트 미착용등 얼핏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라고 말한다. 공포의 대상이 아닌 것에 지나친 공포를 느끼며, 진짜 두려워 해야 할 것은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통계적으로 드러나는 실제적 위협과는 다른 공포심을 갖게 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간은 자신보다 아이들이 직면하는 위협에 더 공포심을 갖게 돼 있다. 어린이 유괴 사건은 곧바로 탑 뉴스가 되는 이유다.
△새로운 종류의 위협, 경험해 보지 않았거나 예측이 어려운 위협에 대한 공포심은 더 크다. 테러나 식수오염, 방사능,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등이 그 예.
△비행기 추락사와 같은 통제할 수 없는 것들.
△공포 영화 스타일로 죽이는 것들. 예를 들면 상어에 먹히거나 뱀에 물려 죽는 것들은 공포심을 더 자극한다.
비행기 테러나 유괴가 악몽임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할 확률을 감안하면 극심한 공포를 갖지 않아도 되는 위협이다. 반대로 암이나 비만, 심장질환 등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위험은 매우 높다.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진정한 공포의 대상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외양은 전혀 경계심을 갖게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칼날이 들었다.
▲태양광선. 매년 피부암으로 13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주범이다. 전국 암기구에 의하면 미국인의 절반이 65세가 되기 전에 한번은 피부암에 걸릴 정도로 치명적 위험을 초래한다. 피부암은 암중에서도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암이다.
▲의료 및 약물 사고. 미국인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병을 앓는 주된 원인중 하나다. 1999년 의학보고서에 의하면 병원에서 한해 무려 9만8,000명이 잘못된 의료행위나 약으로 목숨을 잃었다. “탄저병이나 상어에 물려 죽었다는 이야기는 뉴스를 타지만 이런 일로 많은 생명이 사라진다는 사실조차 일반인들은 모른다”고 로픽은 말한다.
▲비만, 흡연, 운동부족. 생활습관상의 이런 잘못으로 인해 암이나 심장질환이 발생하는데 이 두 가지 질병은 미국인의 사망원인중 탑을 차지한다.
상어처럼 공포를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비만은 사람을 침몰시킨다. 삶의 질과 수명을 황폐화 시킨다.
▲자동차 사고. 9·11 테러 이후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 타기가 두려워 자동차로 여행하지만 사실은 자동차가 비행기보다 훨씬 안전하지 못하다. 9·11테러 사망자의 13배에 달하는 인명이 매년 자동차 사고로 사라진다. 매 13분 마다 한명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사고에 대한 태도는 무감각하다. 미국인의 20%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다.
인간생명을 실제로 위협하는 위험들은 따로 있음이 밝혀졌다. 다행인 것은 이런 위험들은 대부분 사전에 피할 수 있는 것들이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옛날보다 훨씬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으며 의학의 발전으로 100년 전보다 20년은 더 오래 산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조심하면 된다.
생활 스타일을 조금만 바꾸면 수명이 달라진다.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은 항공기 테러나 탄저병이 아니다. 사소하게 보이는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태도다. 습관을 바꾸면 사망할 위험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 새해에는 건강하고 오래 살도록 다음 사항들을 실천해 보자.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매일 30분씩은 걷는다.
▶자동차를 탈 때는 반드시 안전 벨트를 메고, 자전거나 스케이트를 탈 때는 헬멧을 착용한다.
▶버터 대신에 올리브 유를 사용한다.
▶자외선이 가장 강한 시간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는 실내서 지낸다. 또 밖으로 나갈 때는 선글래스를 끼거나 선스크린을 바른다.
▶의사를 맹신해서는 안된다. 의사의 치료나 처방, 그리고 테스트 결과에 대해 물어볼 것은 물어봐야 한다. 또 중요한 병원 예약이 있을 때는 잘 알거나 도움을 줄만한 인물을 대동하여 방문한다.
▶담배를 끊는다. 끊지 못한다면 줄이기라도 해야 한다. 폐암은 미국에서 가장 치사율이 높은 암이다.
▶걱정을 너무 많이 하지 마라. 우리가 아무리 걱정을 많이 할지라도 위험이 전혀 없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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