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로 모든 게 빨라졌지만 그만큼 참을성도 줄어드는지 클릭 후 접속까지의 그 몇 초간이 여간 지루하지 않다. 특히 그림이 많아 페이지 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이트는 ‘이거, 인내력 테스트 하나…’, 짜증이 날 지경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데이트되기 무섭게 찾아 들어가 기나긴 다운로딩을 기꺼이 참고 기다려 보는 온라인 만화가 있다.
‘장현실의 현실을 봐’라는 제목으로 지난 2년간 인터넷 한겨레에 연재했다가 지난주 책으로 엮어내면서 아쉽게도 웹사이트에는 더 이상 새 편을 올리지 않는 단편 만화다.
이혼하고 다운증후군 딸 은혜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편모 만화가가 자신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일기처럼 솔직하고 깔끔하게 담아낸 만화로, 아직까지 장애자와 이혼녀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남다르다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생각할 때 그 주제만으로도 신선한 감동이다.
뱃속의 아이가 장애아라는 소식을 접하고 밑도 끝도 없는 절망에 휩싸였던 작가는 “그 ‘문제아’가 어느 날 내게 찾아와 내 품에서 자꾸 자라더니, 이제는 그 ‘문제아’ 없이는 하루도 견딜 수 없는 고슴도치 엄마가 됐다”고 고백한다. 은혜는 어느덧 상처입고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로할 줄도 알고, 살림살이와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 제법 잔소리까지 할 줄 아는 엄마의 큰 조력자가 된 것이다.
잠든 은혜 몰래 성인사이트를 보다가 허둥대는 모습, 외로움을 떨치려 애인 구하기를 결심하는 씩씩한 모습, 보채는 은혜와 씨름하며 원고 마감에 몰두하는 인간적인 모습,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 마시고 은혜의 걱정을 듣는 한심한 엄마의 모습이 재밌고 우습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기죽지 않고 어디든 은혜를 데리고 다니는 씩씩한 모습과 때로는 은혜만 떼어 여행을 보내기도, 은혜를 맡기고 홀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면서 온실 속 화초로 키우기 보다 찬이슬 맞혀가며 스스로 험한 세상에 맞설 수 있는 한 사람의 여자로 키우려는 올 곧고 강인한 육아 의지가 논픽션으로 그려져 가슴 먹먹한 감동을 남긴다.
장애아를 낳은, 또 이혼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게 된, 스스로를 죄인처럼 여기는 많은 엄마들에게 작가 장현실은 그녀의 만화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또 장애나 편부모 가정의 고충은 부모나 가족의 희생으로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존재와 환경’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의 조성으로써 풀어나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3주전 어머니날을 지내고 2주 후면 아버지날이 돌아온다. 가정의 달을 끼고 있는 이 초여름이 편부모 가정, 또 장애아를 둔 부모들에게 오히려 더 힘겨운 계절일 지 모른다. 사회 전체의 배려와 당사자들의 현실을 보는 혜안이 보다 절실한 계절이다.
김 상 경 <특집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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