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삶
▶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요한은 모자를 벗었다. 앞에 펼쳐진 광활한 들판은 새로 돋는 잔디가 파란 물결이 되어 퍼져갔다. 왼쪽에는 통나무 캐빈이 외롭게 서있다. 늘 아버지가 말을 씻던 곳이다. 어머니가 물을 길어다 주고, 요한은 나비를 쫓아 달음박질하던 들판이다. 요한은 모자를 바로 썼다. 그리고 입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버지, 어머니 저는 떠납니다.
폽 비행장엔 약혼자 미셸과 요한의 의형제들이 나와있었다. 새 야전복으로 갈아입은 요한은 늠름하게 보였다. 환송객들은 소리 없이 전송했지만 미셸은 울부짖으며 요한을 떠나보냈다. 이라크로 가는 전용기안은 차가운 침묵이 흘렀다. 피곤이 쏟아졌다. 반대로 정신은 맑아왔다. LA 의류공장에서 일하던 부모님이 루이불 근처 목장에 취직해 왔을 때 요한은 6살이었다. 부모님이 도시를 떠나서 전원생활을 갈망했기 때문이다. 우선 아버님이 술과 담배를 끊으셨다. 그리고 도박으로 돈을 잃고 집에 오셔서 화풀이하시는 행패가 사라졌다. 아버지는 목장의 잡일을 하셨고 어머님은 주인의 가정부로 일하셨다. 요한은 넓고 넓은 뜰을 쏘다녔다. 말 등을 타고 소를 끌고 양떼를 몰며, 해가 떠서 질 때까지 들판에서 살았다. 이 즐거운 날도 끝이 났다. 목장 주인이 은퇴하면서 목장을 경기용 말 사육자에게 팔자, 목장은 돈을 만들기 위한 사육장으로 변했다. 어머님도 말을 씻겨야했다. 주인의 집에서 쫓겨나 산 위의 통나무 캐빈으로 옮겼다. 갑자기 사육장은 뜨네기 사람들이 우글거렸다.
그들은 술과 마약까지 가지고 왔다. 주인은 아버지를 심하게 내몰았다. 요한이 보는 데서도 말이 깨끗지 않다고 회초리를 휘둘렀다. 아버지는 술을 심하게 마셨다. 마약도 손에 대셨다. 어머니까지도 말을 씻어야했다. 어머니가 먼저 피를 토하셨다. 늦게 발견된 위암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번갈아가며 병원에 입원을 하시고, 요한은 어머니가 만들어 논 마른 사슴고기를 씹어가면서 여전히 뜰에서 놀았다. 부모님이 병원에서 돌아가신 것도 모른 채.
요한은 들에서 갈증으로 술을 마셨다. 요한이 처음 양부모 밑에 옮겨진 것이 이때였다. 술에 취해 뜰에서 잠든 아이를 지나가는 사냥꾼이 발견해서 주 정부의 보호를 받게 됐다. 고난은 이제 점점 요한의 인생을 삼켜가고 있었다. 첫 번째 양부모는 동양아이라고 천대를 했다. 두 살 위인 노란 머리 미셸이 요한을 감싸주었다. 둘은 두 번째 양부모에게로 갔다. 이곳에선 양부모가 신체적으로 둘을 학대를 했다. 음식을 흘린다고 광에 가두었다. 오줌을 쌌다고 추운 밤 테라스에 세웠다. 둘은 세 번째 양부모에게 갔다. 이 곳에선 성학대를 당했다. 둘은 보호소로 보내졌다. 요한은 들의 말처럼 사나왔다. 자기보호를 위해 폭력에 의존했다. 소년감호소로 보내졌다. 책을 떠듬떠듬 읽었다. 제대로 학교를 가지 못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정직했다. 무엇이든 열심히 했다. 그리고 남을 도왔다. 감호소에서 GE를 쳤다. 만점을 받고 고교 졸업장을 탔다. 그리고 군대에 자원입대했다. 미셸은 버클리대 2년생이다. 그녀는 거의 매일 같이 편지로 요한을 격려했다. 그녀는 요한의 힘이며 희망이 되었다. 그녀는 매달 오늘의 양식을 보냈다. 요한은 날마다 그녀의 편지와 말씀을 외웠다.
이라크에 배치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전선은 재빠르게 바그다드를 향해 급상했다. 요한은 저항이 심한 사원 근처 수색임무에 자원했다. 요한은 말처럼 질주해서 사원을 샅샅이 뒤졌다. 사원 지하실은 폭탄 및 무기창고였다. 그가 동료들의 엄호 속에 문을 열자 수류탄이 날아왔다. 순간적으로 그는 수류탄을 몸으로 안았다.
루이불 근교 푸른 목장 입구에 조그마한 비석이 세워졌다. 묘비에는 일등병요한 김. “말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한 켄터키의 영웅 여기에 고이 잠들다”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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