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간 자유뮤역협정 체결이 임박해오면서 그 찬반 논쟁이 뜨겁다. 지난 4월10일 서울에서는 270여개 단체 1만5,000명이 모여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책본부’가 결성됐다.
이들은 “한미 FTA는 단순한 경제협정이라기보다는 정치, 군사 영역까지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한미 FTA 및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미칠 심각한 파국적 결과를 우려하는 각계각층의 일치된 의견을 밝힌다”며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군사적 경제적 패권 추구의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주주의와 사회적 정의, 평화를 향한 독립적 선택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한미 FTA 협상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김영삼 정부 출범 후 우루과이 라운드를 시작으로 “우리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는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세계화 전략을 시작했다. OECD 가입을 통해 ‘우리도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기쁨도 잠시 그후 3년만에 IMF가 왔다.
한미 FTA는 다른 나라와의 FTA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전면적 개방을 전제하는 것이다. 단순한 경제협정을 넘어 정치 군사적 통합까지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 내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FTA는 제조업,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의 대미종속과 신자유주의의 양극화가 심화되어 제2의 IMF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이와 더불어 아무런 견제장치 없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 또한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한반도 방위와는 무관한 평택에서의 강제 토지수용, 자이툰 파병과 명분 없는 이라크 점령 지원 등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에 대한 배타적 지원정책 역시 중단되어야 한다.
물론 찬성의 목소리도 있다. 쌍방이 다 개방하고 주고받으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요즘 같은 세계화시대에 개방만이 살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내놓는 것처럼 장밋빛 환상을 가지고 찬성할 수도 있다. 허나 그것은 싱가로프와 FTA를 체결하며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상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기로 하였던 것처럼 서로가 비슷할 때 가능한 것이다.
만약 한국 의회가, 그리고 한국의 대기업들이 무조건적인 한미동맹을 주장하고 한미간 FTA 협정을 찬성만 한다면 한국 행정부는 미국과 외교협상을 할 수 없게 된다. 한국 내 주류 일간지가 이 부분에 나 몰라라 하는 것도 한국 행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일본은 안보분야 무임승차를 통해 손쉬운 경제성장을 했다. 미국이 처음 원했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연인원 2,000만에 달하는 일본 민중의 평화시위가 자민당의 대미 발언권을 강화시켰다. 덜 주고 더 받는 방향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이 미국의 군사적 요구에 응하지 않고 경제적 실리만 챙겨도 미국이 동맹파기 협박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일본 내 민중저항의 위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일본 민중은 미일 정상회담을 무산시키고 일본에 온 미국 대통령을 그대로 돌려보내기까지 했다. 그래도 미일동맹은 깨지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일본은 미국의 세계 전략상 중요한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우리도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덜 중요해졌던 것은 현실사회주의권이 무너지고 난 후 90년대뿐이다.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됐을 때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은 사라진다. 2000년대 이후 중국과 러시아는 다시금 미국의 위협이 되고 있다. 한반도는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이 한국을 쉽게 버릴 수 없는 이유다.
한미간 FTA에 관한 협상과 그에 대한 찬반의 논쟁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국익의 문제이고 보편적 국민의 삶의 문제이다. 점점 더 사회가 양극화돼 가는 판에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한미 FTA는 사회적 모순을 점점 심화시킬 것이 뻔하다.
한국의 국민들이, 아니 해외에 있는 동포들까지 모두가 소리를 내지 않으면 앉아서 당하고 만다. 조용히 있는 것이 미덕이 아니다. 나서서 떠들고 이슈화해야 한다.
이재수 / 자주연합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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