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족은 긴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한국민족은 그 긴 역사 속에서 많은 고통을 안고 살아 온 민족이다. 한국민족은 이 지구상에서 유태민족과 더불어 가장 많은 한을 가슴에 품고 살아 온 민족이기도 하다. 가깝게는 1950년에 일어 난 한국동란이라는 이데올로기의 분쟁으로 수백만 명의 생명을 잃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 이데올로기 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 지구상의 유일한 민족이기도 하다.
이러한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를 향하여 질주하게 하는 힘을 주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까지 우리는 민족의 아픔을 소재로 한 위대한 예술작품을 가지지 못하였다. 얄팍한 예술성으로 이데올로기를 비호하거나 오도한 예술작품은 있었지만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민족의 고통과 아이덴티디를 부각시키면서 민족의 영원성을 미화하는 순수예술작품을 가지지 못하였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한시적으로 이데올로기를 비호하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그것은 선전이다. 왜 한국민족은 그 많은 아픔 속에서도 위대한 예술가나 사상가를 탄생시키지 못하였는가, 우리 스스로 대답을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긴 역사는 제쳐두고서라도 오늘의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면 과연 이러한 국가환경 속에서 위대한 예술가가 탄생할 수가 있겠는가 하는 의아심을 갖게 된다. 국가를 지키고 이끌어 가야 할 엘리트 집단을 들여다보면 반사회적이요, 반윤리적이요, 위선의 항아리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래도 국가를 지키는 사람은 양심과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중상층 이하의 민초들이다.
1960년대 불란서 드골 정부가 알제리아의 독립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을 때 좌파 세력들이 연일 파리시가를 행진하면서 반정부 데모를 하고 있었다. 그때, 그 데모대의 주동세력의 한 사람이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의 거두이며 문학가인 사르트르였다. 드골 대통령은 시력이 지극히 나빠 두터운 돋보기 안경을 끼고 데모대 선두에 서서 시가행진을 하는 사르트르를 보호하기 위해 당시 문교부 장관이었던 유명한 문학가인 앙드레 말로를 불러 특별 경호대를 투입하여 노인을 보호하라고 지시를 하였다는 일화는 당시에 너무도 유명하였고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사르트르는 불란서 지성을 대표하는 사람이며 나아가 불란서의 양심이며 자부심이었다. 따라서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진정한 예술인을 보호한다는 것은 국가와 민족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이데올로기란 역사의 반동으로 짧은 기간동안 제한된 인간들만이 공유 할 수 있는 역사의 한시적 과일이다. 예술이라 무엇인가? 불란서 시인인 진 알(1887-1948)은 이렇게 표현하였다. “예술이란 인간 내부에서 자라는 열매이다. 마치 나무에서 자라는 과일과 같은 그리고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성장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것이다.” 예술이란 인간의 신에 대한 최대열정이 재배한 달콤하고도 향기로운 과일로서 모든 인간들이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영원히 공유할 수 있는 열매이다.
조선 500년 역사를 제쳐두고 지난 60년의 한국현대사를 돌아다볼 때 우리는 이데올로기의 분쟁 속에서 너무나도 많은 민족의 생명을 잃었다. 누구를 위해서? 20세기의 100년 동안 미국을 움직인 100인의 인물 중에 단 한 명의 정치인도 없다는 사실은 선진국을 열망하는 한국 국민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세계적인 위대한 예술인 한 사람은 한 나라정부가 100년 동안 외교활동을 한 것보다 더 빛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동, 서 국가들의 역사가 웅변하고 있다. 이제 미래지향적인 미국에서 세계공통어인 영어를 사용하고 있는 한인교포들은 후세들 중 위대한 예술가가 탄생하도록 온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위대한 예술가는 민족의 자부심이요 미래를 향하는 민족의 힘이다.
도진호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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