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칼럼
▶ 문무일/신뢰회복연합조직위원회 위원장
말이란 말하는 이와 들어주는 이가 서로 뜻이 통해야 말이 된다.
시기와 장소에 따라 말의 뉘앙스가 달라지는 까닭에 기왕 쓰는 말이지만 적당하면서도 신중해야 말에 힘이 실린다.
말이 많거나 서두르면 반드시 실수가 따르는 게 말이다. 말은 일방통행(one way commu nication)이 아니라 쌍방통행(two way communication)이다. 대화란 의기투합하면 호감이 싹트지만 화자와 청자의 정서가 상반되면 아무리 중요한 내용이라도 실없는 말로 전락하기 알맞다.
언어생활에서 가장 곤혹스런 일은 말하는 이는 신명이 나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지겨울 때다. 더구나 흥미도 없고 관심거리가 아닌 화제와 마주치는 것은 듣는 이에게는 고역일 수밖에 없다. 역시 말하는 기술보다 듣는 기술이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저마다 듣기 보다 말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일 게다.
상대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준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의 인격을 존중해주는 의미도 있지만 공감이나 이해의 메시지를 보여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천성처럼 말많은 사람 곁에 있노라면 정신집중은 고사하고 듣는 이의 마음마저 산란해지고 기분이 엉망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듣거나 말거나 지껄이는 말은 수다쟁이로 취급받기 마련이지만 듣는 이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쉴 사이 없이 쏟아내는 말은 말하는 이의 인격이나 교양까지 의심 나게 한다.
말하는 사람은 그 이유나 목적이 분명한데도 듣는 사람이 말의 흐름을 제대로 짚어 보지 못하면 말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감정과 반응을 살피는 까닭에 상대가 건성으로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순간적으로 모멸감이나 무시당한 기분을 갖기 쉽다. 이처럼 참을성 없이는 남의 말 들어주기 어렵거니와 말의 내용을 제대로 알아야 맞장구라도 칠 수 있기에 말 잘 듣기는 매끄러운 처세와 통하는 길이기도 하다.
아무리 가벼운 말이라도 말속에 주장이 있고 바램이 있고 뜻과 의미가 있는 법이다. 결국 들어주는 사람이 대화를 판가름하게 되어있다.
언어생활이 우리네 삶을 대부분 주도한다고 여길 때 멋진 구변술 보다는 오히려 듣는 기술에 비중이 실린다. 왜냐면 인간관계에서 친화력이란 대화의 포용력이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뭐니뭐니 해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들어주는 게 좋다. 사회의 중추적 소수계층인 지도 인사들은 유창한 달변보다 듣는 기술자(Good Listener) 되는 것을 지도자의 기본덕목으로 친다. 지도자 위치란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들어주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아끼면 아낄수록 무게가 실리는 게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들을 수 있는 아량과 인내가 있어야 한다. 말이란 궁극적으로 듣는 이에게 말의 중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문무일/신뢰회복연합조직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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